욕실 앞에 턱을 괴고
가만히 앉아
목욕하는 것을 보고 있던 아들
엄마! 거기에 왜 털이 있어
응, 너도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생긴단다
번개처럼 내리긋는 아들의 혜안(慧眼)
그러면 엄마도 털 깎고 없으면
얘가 되는 거야
머리 위로 떨어지던 물살은
고압 전류로 변하며
순간적으로 휴즈가 끊어진다
문 닫고 나가
다시는 문 앞에 얼씬거리지도 마
무엇에라도 거침없이
쏘아내는 순진무구한 활시위인 걸
조그만 경계하나 허물지 못하는 자신은
고정관념으로 무장된 장애인
그 가슴에 화살이 박히며
사랑표 선명한 파문을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