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회 다운 고시회'를 표방하며 지난 2년간 한국세무사고시회를 이끌었던 안연환 회장이 오는 28일 임기를 끝낸다.
재임기간 고시회의 정체성을 안팎에 확고히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고시회원들에게 시의적절하고 피부에 와 닿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내실을 꾀했다는 호평이 뒤따르고 있다. 안 회장으로부터 지난 2년에 대해 들어봤다.
□ 2년 임기를 마칩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다 되었군요. 격동의 시기 고시회장으로 바쁘게 뛰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일부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세무사고시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회원에게 봉사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보람된 2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 2년 동안 회무를 추진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고시회장으로서 회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세무사고시회의 정체성 확립이었습니다.
그동안 고시회의 존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세무사고시회는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회원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했던 것과 세무사회에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을 통해 그 역할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세무사회의 회칙해석 등에 대해 찬반론 또는 책임회피형 양비론이 팽배할 때 세무사고시회는 전문가의 자문과 임원들의 중지를 모아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의 기준을 제공했습니다.
둘째, 제가 그동안 회원연수교육을 전문으로 해왔기에 고시회의 역점사업으로 회원교육을 추진했습니다. 회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가장 우수한 교수진을 투입해 필요적절하게 제공함으로써 회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셋째, 지방고시회와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했습니다.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전국적인 조직이지만 그동안 지방고시회와 교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제 임기 동안 회장과 임원들이 지방고시회를 방문해 상호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조세불복교육 등을 전국적으로 시행해 지방고시회와 교류를 활성화했습니다.
넷째, 고시회신문과 홈페이지를 개선했습니다. 고시회신문은 임원 모두 기사 작성에 참여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사를 실어 회원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또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해 회원들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고 신규회원을 위한 멘토링시스템 등을 구축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당초 세웠던 계획 중 환경적 제약으로 실행하지 못한 부분을 차기 회장의 몫으로 넘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무사회원의 관심이 집중된 몇몇 사안에 대해 고시회 임원들의 중지를 모아 입장을 표명했을 때 일부 회원들이 이해득실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본인의 의견과 다르면 비난하고 편 가르기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 고시회원들에게 시의적절한 실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이 과거 집행부와 차별화된 부분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무교육에 대해 자평한다면.
"저는 오랜 기간 세무사고시학원에서 강의를 한 경험이 있으며 서울세무사회 연수교육을 맡으면서 회원을 위한 교재집필 및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무사회 연수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회원들에게 필요적절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며 적합한 교수진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고시회에서 타 기관과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고 회원연수교육은 단연 고시회가 최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꼭 필요한 교육, 우수한 교수진 투입해 적시 제공…회원들 적극 호응"
"세무사들의 주요 현안에 입장 표명했는데 아전인수 해석은 아쉬워"
"박원순 시장 만나 지방행정에 세무사 적극 참여 요청"
□ 세무사계 최초로 실시한 회원 상조서비스는 복리후생 측면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세무사회원이 1만명이 넘어섰지만 여전히 세무사회 차원의 장례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도층이라는 세무사회원 가정에 장례가 발생할 때 회원들의 품위에 맞는 상조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상조서비스 MOU를 체결했습니다. 상조서비스 회사 선정은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서비스품질 및 가격 등을 비교 검토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습니다."
□ 지난해 개인적으로 경사도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지난해 늦은 나이에 모교인 고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학부 전공은 경영학이었지만 대학원에서는 법학으로 변경해 법학석사와 박사에 도전했습니다.
고대 법학박사과정은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조세법 전공인 법학박사 학위취득자가 3명 밖에 없는데, 제가 세무사로서는 처음으로 고대 조세법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며 작년에 고대 조세법 제3호 법학박사가 됐습니다."
□ 최근 서울특별시장을 만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이는데요, 만남의 계기와 만남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 제가 그 단체의 조세개혁팀에서 약 4년간 함께 일했습니다. 지난번 만남은 서울시장이 세무사고시회장을 초대해 시민을 위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분야를 의논한 것입니다.
고시회는 지방소득세의 독립세원화 등으로 앞으로 지방세정에서 세무사의 역할과 업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재정전문가인 세무사들이 시·구청 등 지방행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시장은 이를 흔쾌히 승낙하고 앞으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당 부서에 지시했습니다.
또한 고시회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국선세무대리인제도와 같이 서울시에서 부과하고 있는 지방세에 대해 영세사업자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납세자가 불복청구를 하고자 할 때 각 지역의 세무사들이 무료로 불복대리를 수행하는 '시민의 세무사' 제도 등 여러 가지 참여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회계 세무의 최고 전문가인 세무사들이 서울시정에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며 세무사들이 시정에 참여하면 지방자치 행정이 맑고 투명해지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어 박 시장은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까지 직접 제시하면서 향후 세무사의 서울시 세정에의 참여와 협력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참석한 비서관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이날 면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길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으며, 저는 이 자리에서 11월28일 열리는 제44회 세무사고시회 정기총회에 박 시장을 초대했고, 박 시장은 그 자리에서 참석을 약속했습니다."
□ 세무사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역시 '소통과 화합'인 것 같습니다. 고시회장으로서 '소통과 화합'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는다면.
"세무사는 사회지도층이며 최고의 지성인입니다. 이러한 지성인 단체의 리더들이 회원들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일방통행식 의사결정방법을 사용한다면 회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고시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고시회의 의사결정방식을 소통과 화합의 정신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소통의 개념을 잘못 이해해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식 의사전달입니다.
소통이란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상호 의사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소통은 본인의 의견에 상대방이 반대하더라도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고 본인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면 회원 상호간의 화합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소통과 화합이 있는 조직에서는 회장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회장은 임원들의 역할을 구분지어 주고 권한을 주며 뒤에서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외적인 큰 사안에 대해서는 회장을 중심으로 뭉쳐서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2년 임기 동안 미래세대의 주역인 고시회 임원들에게 소통을 통한 화합의 리더십을 훈련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끝으로 고시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는?
"세무사고시회는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회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세무사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정단체인 세무사회와 임의단체인 세무사고시회는 설립취지와 역할에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세무사고시회는 세무사회에 대한 협력과 비판적 견제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습니다. 둘째, 회원의 권익이 침해되는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이 시행될 때 법정단체인 세무사회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세무사고시회는 회원권익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셋째, 세무사고시회는 세무사회원에 대한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넷째, 세무사신문이 세무사회 회무에 대한 내용에 치우칠 때 세무사고시회는 다른 시각에서 진실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세무사고시회를 사랑해 주시고 회원으로서 역할과 후원을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