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이 질투에 불을 붙인다. '오텔로'는 자신의 부사관 '카시오'가 가지고 있는 아내의 손수건을 부정의 증거로 의심한다. 자신이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선물한 사랑의 징표다. 카시오와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사실이 아님에도)확신하면서 파국이 시작된다.
흑인이면서도 뛰어난 능력으로 키프러스 총독 자리에 오른 오텔로는 손수건에 모든 감정을 몰아넣는다. 흑인이라는 태생적 열등감과 잘 생긴 백인 부사관에 대한 시기에 사로잡혀 자멸한다.
22일 서울 서초동 국립예술단체연습동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직무대리 최영석)의 신작 베르디 작곡의 '오텔로' 연습 현장에서도 이 손수건이 화두였다.
영국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는 오텔로 역의 클리프톤 포비스에게 그가 들고 있는 손수건을 다루는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주문했다.
이날 공개된 연습 장면은 '오텔로' 백미 중의 하나인 4막 데스데모나의 침실 부분이다. 로리스의 오텔로는 손수건을 들고 세레나 파르노키아가 맡은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거세게 비난한다.
로리스는 초반에 손수건을 손에 꼭 쥐었다. 로리스는 그에게 손수건을 한번 펼쳐 보이라고 주문한다. 이어 손수건으로 얼굴을 한번 덮으라고도 권한다. 오텔로가 그 손수건으로 데스데모나의 목을 조르기 직전의 모습이다.
손수건은 결국 오텔로의 감정을 투영하는 장치인 셈이다. 로리스와 포비스는 '질투심의 상징'인 손수건을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지 연습 내내 고민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연습인만큼 포비스는 흑인 분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틀롤의 열등감에 휩쌓인 감정선을 폭발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파르노키아의 데스데모나는 그 앞에 떨고 있었다.
로리스는 포비스에게 "현재의 장면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마음껏 꺼내놓아라"며 끊임없이 주문했다. 본 무대에서 격정적인 음악을 이끌 세계적인 지휘자 그레엄 젠킨스가 이들의 감정선을 날카로운 눈으로 탐색하고 있었다.
'오텔로'의 또 다른 주인공은 희대의 악역 '이아고'다. 오텔로가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고 결국 확신하게 만들어 스스로 파멸하게끔 유도하는 인물이다. 최근 정명훈의 지휘로 오랑주페스티벌에서 '오텔로' 공연을 성료한 바리톤 고성현과 이탈리아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바리톤 우주호가 나눠 맡는다. 또 다른 오텔로는 테너 박지응이다. 소프라노 김은주가 파르노키아와 함께 데스데모나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오셀로'가 원작이다. '오텔로'는 '오셀로'의 이탈리아어 이름이다. 올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는 레퍼토리다. 국립오페라단은 앞서 이달 초 구노 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호평 받았다. 이번 무대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힘을 보탠다. 1만~15만원. 국립오페라단. 02-586-5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