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백에서 느낀 일-
외국인을 장님으로 만드는 한국
캐나다(Canada)의 퀘벡(Quebec)은 불란서풍이 강하게 남아있는 동부쪽 도시로서 1995년 10월 캐나다로부터 분리독립안이 불과 1% 차이로 부결된 역사가 있는 곳이다.
나는 분리독립안이 투표에 붙인 시기를 전후하여 2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을 방문해 보았다. 궤벡시의 구 퀘벡은 옛날 중세 유럽풍의 건물과 좁은 골목, 그리고 모자이크식 포장과 세인트 로렌스(Saint Lawrence)강을 굽어 내려보는 사토프롱트낙이라는 고색창연한 건축물 등 북미대륙에서 미국 뉴올리안즈(New Orleans) 의 프랜치 쿼터 (French quarter)와 함께 프랑스풍을 느껴볼 수 있는 유일의 곳이다.
몬트리올(Montreal)까지는 영어만 알아도 여행하는 데는 별지장이 없는데 점차 퀘벡 근처에 갈수록 도로 표지판에 영어와 함께 불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집사람이 불문학을 전공했던 관계로 연습 삼아 웨이트리스(waitress) 에게 불어로 몇 마디 물었더니만 무지하게 좋아한다.
어디서 왔느냐길래 한국이라 했더니, 글쎄 지가 한국을 뭘 안다고 고개를 꺼떡꺼떡거린다.
웬 노리끼리하게 생긴 동양인이 자기들 모국어를 지껄일 줄 알다니… 무척 대견하기도 했던 것 같다.
여하튼 식당 나올 때까지 대접 잘 받았다. 한국 이미지도 생각하여 덩달아 팁(tip)도 많이 놓고 나오긴 했지만…… 쩝 ! 어리석기는……
이튿날 위병교대식이 볼거리라 해 갔는데 옛날식 건물과 도로로 되어 있는 곳이라 주차장이 여의치 않았다.
도무지 차댈 데를 찾을 수가 없어 근처 경비 아저씨한테 영어로 주차장 어딨냐니까 모르겠단다.
그래서 집사람더러 불어로 다시 물어보라 했더니, 와 ! 글쎄, 이 아저씨 입에 거품을 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 아닌가 !
불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곳이구나 하는 추억을 갖고 2년 후에 두 번째로 방문해 보았다.
왠걸 ! 이제는 아예 영어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온통 불어뿐이었다. 하다못해 버거킹(Burger King)에 들어가 햄버거 주문하는데도 온통 불어로 되어 있어 무지 불편했다.
전에는 관공서에 세워두는 국기는 캐나다 국기와 퀘벡 기였는데 이번에는 퀘벡 기만 펄럭이고 있었다.
분리독립안이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그 기세는 더욱 거세진 것이었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무지막지하게 불편해졌다. “아니? 불어 모르는 x은 이곳 여행도 하지 말란 말이야 뭐야? " sortie가 출구인 exit라는 걸 불어 안 배운 사람이 어떻게 알고 주차장을 빠져 나올 수 있단 말이야?
한마디로 ‘그래 ! 너희들끼리 한번 자 ~ 알 해봐라!’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구경 안 가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한국말 모르면 외국인들 서울역 찾기도 어렵고 음식 사먹기도 어렵고 승강기 이용도 어렵고 길 찾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어렵다.
내가 퀘벡에 갔을 때와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외국인들도 ‘그래 ! 너희들끼리 자 ~ 알 해봐라!’할 것 아닌가!
하루를 외국인으로서 생활해 본다면 틀림없이 우리나라의 국제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폐쇄적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이 그렇다면 지방이야 오죽하랴!
우리끼리 아무리 떠들어 봤자 잘 해볼 수 없는게 요즘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그나마 밥벌어 먹고 나라대접 받고 살자면 앞으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