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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4. (토)

내국세

(63)'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재채기-
시원한 혼 빠짐

 

흔히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가 든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에 불과하고 실제는 그 반대인 듯하다

 

미국 사람들 재채기를 듣다보면 뭔가 답답하고 안쓰럽고 측은하기도 하다.

 

“앳 ! ”“잇 ! ”“읔! ”……

 

바로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에 ~ 취이이 ~ ”하는 재채기와는 완연히 다르다. 우리 식으로 하면 딸꾹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박사과정 학생들이 공부하는 연구실을 그래드베이(Gradbay)라 하는데 하루는 여기서 나와 엔(Ann)이라는 여학생 둘이서 조용히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앤이 바로 그런 식의 재채기를 하고는 무심히 책을 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것이…

 

"Excuse me"라 한다. 물론 나보고 한 것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오히려 내가 먼저 "Bless you"라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상대방은 이번엔 "Thank you"라 한다.

 

미국 사람들은 재채기를 하면 속설상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 어쩌든지 이를 억제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재채기 소리가 그 모양일 수밖에…

 

그렇지만 그 배경에는 다른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라 생각한다. 나의 생리현상으로 인해 타인에게 혹 불쾌함을 주지는 말아야지 하는 사려 깊음 말이다 귀국 후 겪게 되는 역문화 충격 중의 하나로 이 재채기를 들 수 있다.

 

얼마 전 지하철로 퇴근하는데 갑자기 중년의 한 아저씨가 요란스럽게 "에이이 취이이 ~ ”했다. 지하철 한 칸이 흔들거릴 정도(?)였다.

 

솔직히 너무 놀랐다. 그런데 이게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거푸 한 열번은 주위 사람은 아랑곳없이 해대는데 이를 대책없이 듣고 있자니 “그 양반, 시원도 하겠다" 싶으면서도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의사표시도 전혀 없었다. 추측컨대 항상 총을 차고 다니던 미국인들이 괜스레 옆에서 요란하게 재채기를 해대어 어느 무법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면“뽑아라”하고는 재채기소리 크기와는 무관히 단순히 총 뽑는 시간이 늦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을 하직하느니,차라리 재채기 소리를 줄이거나 얼른 "미안합니다”하는 것이 현명하다 보니 이것이 쌓여 그런 관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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