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각국의 정상 여러분,
어제 저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계성(connectivity)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유럽과 아시아가 하나 되는 데 끊어진 연결고리가 바로 북한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올해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이 되었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70년 분단의 장벽에 가로 막혀 있습니다.
북한은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병행한다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통해 밝혀진 북한의 인권상황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북한이 핵과 인권 문제 해결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북고위급대화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서해 NLL과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일어나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다시금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이런 이중적인 면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심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의 이런 노력에 ASEM 회원국들이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ASEM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북한에게 핵과 인권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여야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면,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 여러분,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허리에는 남북한 사이의 전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폭 4km, 길이 250km의 비무장지대가 있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는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입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이 지역에서, 바로 7일 전 북한의 고사총이 DMZ를 넘어 민가 인근에 떨어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DMZ에 평화가 없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DMZ를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DMZ는 지난 60여 년 간 사람의 왕래를 막아온 결과, 역설적으로 온대지방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이 지역을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면,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통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통로가 열리게 된다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의 뇌관을 제거하게 되는 것입니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한반도가 전 세계에 주는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독일은 분단 극복을 통해 유럽의 통합과 세계의 평화에 기여했습니다. 이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차례입니다. 한반도가 통일되는 날, 동북아 평화의 장애가 해소되고, 통일 한반도는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초석이 될 것입니다.
유라시아 서쪽에서 시작된 평화의 기운이 유라시아 동쪽 끝까지 미쳐, 통일된 한반도가 아셈이 지향하는 유럽-아시아 협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ASEM 회원국 정상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