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결정과정에서 주요한 결정 변수로 떠올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기준금리 인하배경을 설명하면서 "유로존의 경제 부진을 성장률 수정 전망치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결국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결정을 반영한 것이며, 유로존의 경기부진이 이런 수정 전망에 큰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해외 경기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유로존의 장기 침체가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및 기준금리 인하 배경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한은 총재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할 정도로 유로존의 경제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유로존 경제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 등으로 작년 하반기 반짝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유로존 GDP의 58%가량을 차지하는 '가계 소비'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 설비 투자도 부진한 상황이라서 유로존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하면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로존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에너지와 곡물 등을 수입한다"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유로존의 경기 부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등 유력 경제전문기관들은 유로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유로 지역의 내년 성장률도 1%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의 경기 부진은 수요 위축을 통해 우리의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유로존은 특히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요한 고객으로 매년 상당한 규모의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유럽연합 28개국의 GDP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유로존 18개 나라의 GDP는 미국의 70%에 달한다. 유로존은 유럽연합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하여 사용하는 국가들을 가리킨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가 아닌 독자 통화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