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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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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허점 드러낸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 A'

계속된 변화를 예고한 울리 슈틸리케(60·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전술은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정예 멤버를 가동한 사실상의 '플랜 A'의 테스트는 수비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슈틸리케 감독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전에 이어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은 계속됐다. 변화를 멈출 생각이 없다던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파라과이전에서 벤치 멤버였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베스트11의 변화를 줬다.

중원의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25·볼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23·레퀴야)를 제외한 8명을 새로운 멤버로 꾸렸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이동국(35·전북)이 나섰고, 좌우 측면은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이 섰다. 남태희가 이동국 밑에서 2선 공격을 책임졌다. 중원의 기성용 짝꿍은 장현수(23·광저우 부리)였다.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부터 차례대로 박주호(27·마인츠)·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김주영(26)·차두리(34·이상 서울)를 세워 포백을 완성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베스트 11은 기존 관점 대로라면 사실상의 플랜 A를 가동할 정예멤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비에 무게를 더하면서 볼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계획은 무위에 그쳤다. 믿었던 수비가 뚫리면서 코스타리카에 완패를 당했다.

약팀이 강팀을 꺾는 것을 보여주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약속을 지키기에는 코스타리카가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의 코스타리카는 한국(63위)보다 한 수 위임이 분명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이 파라과이전에서 겪어보지 못한 날카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정확한 패스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다. 만들어 낸 3골 모두 완벽한 과정에서 나왔다.

공격에서는 베테랑 이동국이 1골을 뽑으면서 노장의 존재감을 뽐냈지만 치중을 두겠다던 수비쪽에서는 분명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반 20분만에 박주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더더욱 밸런스가 무너졌다.

박주호는 전반 20분 상대 수비수와 엉켜 넘어지는 과정에서 그라운드를 떠났고, 파라과이전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던 김민우(24·사간도스)가 그 자리를 메웠다.

차두리와 김민우 모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수비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다. 첫 골 장면 역시 차두리 쪽의 오른쪽 측면이 뚫린 것이 화근이 됐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상대 브라이언 루이스(풀럼)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이를 달려들던 셀소 보르헤스(AIK)가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 실점도 보르헤스의 개인기에서 비롯됐다. 땅볼 크로스를 재치있는 오른발 힐킥으로 연결, 김승규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었다.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세 번째 골을 헌납했다.

3골 모두 다른 형태의 실점으로 모두 수비 문제와 맞닿아 있다. 중앙 수비는 상대 공격수가 슈팅을 할 수 있게 자유롭게 놔뒀고, 좌우 풀백은 깊은 공격 가담으로 상대에게 측면 공간을 내줬다.

3실점이나 했지만 힘없이 무너지지 않고 1골을 뽑아냈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베테랑 이동국이 0-1로 뒤지던 전반 45분에 따라가는 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간 손흥민이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베테랑다운 재치있는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를 등지면서 오른쪽 발만 살짝 갖다 대 골망을 갈랐다. 무리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이동국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슈팅이었다.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하던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도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패배로 대표팀의 현 수준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파라과이와의 데뷔전에서의 승리는 잊고 새 출발하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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