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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감청' 거부, 사회적 파장 '확산'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전기통신에 대해 당사자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해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고 관련 내용을 지득·채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은 범죄의 실행이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수집을 위해 형사소송법과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원에서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에 따르면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은 중요범죄의 경우에만 제한돼 있고, 감청 이외의 방법으로는 범인 체포나 증거수집이 어려운 경우에만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다음카카오가 법적으로 강제성이 수반되는 영장의 집행을 따르지 않거나 효력을 무력화시키려 할 경우에는 실정법을 위반한 것과 같다.

이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형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서부지검은 2010년 9월 한화그룹 본사 압수수색 당시 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그룹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7명을 기소한 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기관의 감청 대상에 해당하는 범죄의 종류는 엄격히 한정돼 있다.

형법상 내란·외환, 살인, 체포·감금, 약취, 유인·인신매매, 강간, 추행 등과 마약,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뇌물, 상습강도·절도, 보복범죄, 군(軍)형법상 반란·이적, 항명, 항복·도피, 폭행·협박·상해·살인, 지휘권 남용, 국가보안법 위반 등 대체로 중범죄가 속한다.

때문에 검찰이 감청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도 드문 편이다. 감청영장 청구 건수는 2010년 112건, 2013년 158건, 올해 6월 현재 89건으로 일반 압수수색 영장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최근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죄는 감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검찰이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인 대화에 대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없고 인적·물적인 설비도 없다"며 "2600만명의 대화 내용을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외적으로 유괴나 인신매매, 마약 등과 같은 중요범죄에 한해 검찰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대화 내용을 사후적으로 확인할 뿐"이라며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우려와 달리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감청영장 대상 범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을 놓고 검찰과 실제 물리적인 마찰이나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기관으로서는 간첩 사건이나 마약, 납치 등 중요 범죄에 대한 수사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전체 인터넷 감청 중 95% 가량이 국가보안법 사건을 담당하는 국정원에서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공안 사건 수사의 상당한 공백은 불가피하다.

또 감청 대상 사건인 살인이나 감금, 인신매매, 절도, 보복범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암묵적으로 협조해온 감청 영장의 잘못된 관행을 끊기로 한 것도 수사의 동력을 일정부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감청의 개념은 '완료된 내용이 아닌 송·수신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만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을 제시해도 '전기통신 압수수색'과 효력이 같은 '완료된 송·수신 정보' 자료를 제공해왔고, 결국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암암리에 감청 영장으로 압수수색과 동일한 효과를 본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또 다음카카오가 별도의 감청장비를 운영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기로 한 점도 감청 영장의 집행 실효성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다음카카오가 내부의 시스템 체제를 변경해 통신내용의 보관 기간을 단축한 것도 수사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통신 내역을 2∼3일만 저장키로 방침을 계속 유지하는 이상 검찰은 2~3일 단위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검찰이 감청 대신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더라도 영장 청구단계부터 발부, 집행하는데 2∼3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로서는 강제 집행이 가능한 영장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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