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스러움-
미국인의 약점
누구든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려면 사전에 여행관련 정보를 챙기게 마련이다. 나도 미국대륙을 여행하면서 볼만한 거리를 이것저것 챙겨 보았는데, 워낙 짧은 미국 역사라 그리 볼만한게 많지는 않았다.
그 많지 않은 볼만한 거리 중 주정부청사(State Capital)는 거의 꼭 들러 보았다. 그러다 보니 주정부청사만도 50개주에서 근30여개를 보게 되었다.
미국 주정부청사는 거의가 워싱턴 디시(Washington D.C.)에 있는 국회 의사당과 비슷한 건물이라 서로 간에 별 차이를 못 느낀다. 굳이 차이라면 각 주마다 청사 외부에 약간의 장식물을 가감한 정도라 하겠다.
평범한 형태를 벗어난 청사로서 예를 들자면, 뉴욕(New York) 주청사는 큰 빌딩형태이고, 루지애나(Louisiana)청사는 28층의 고충건물이라 미시시피(Mssissiipi)강을 내려다보기 좋고, 텍사스(Texas)주나 미네소타(Minnesota)주는 황금장식으로 별이나 기마상을 붙여 놓았고, 그 중 초라한 청사는 네바다(Nevada)주청사였고……
독서백편이 의자현이라고 각 주마다 청사건물을 수없이 돌아다니며 보다 보니 한 가지 공통된 느낌을 받았다.
사실 미국은 개인이 태어나기 전부터 국가라는 것이 존재해온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시민이 필요에 의해 국가를 만든 나라다.
그런 연유로 이들의 사고 밑바탕에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상이 깔려 있고 이는 국가보다 우선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것도 자유와 평등사상이라 누구든지 편안함과 보통의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다.
한편, 바로 국경을 나누고 있는 캐나다(Canada)의 수도가 있는 오타와(Ottawa)를 가보면 의사당, 대법원 등 정부청사는 유럽풍의 국가권위가 물씬 넘치는 형태로 되어 있어 미국과는 다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주청사를 돌아보면서 이 사람들도 뭔가 유구한 역사에서 퍼져 나오는 권위물에 대한 희구심이 무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즉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정부청사를 통해 인간의 감성에 작용하는 상징조작, 예컨대 국가, 국기, 휘장, 웅장한건물 등을 이용해 뭔가 권위스러움을 나타내고자 하는 희구심을 느꼈다는 것이다.
주정부청사는 해당 주에서는 최고기관이라 어디 시골 면단위에서 살던 주민이나 공무원들이 한번 주정부에 구경이나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그 웅장한 외관에서 일단 주눅이 들고 청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옛 중앙청 건물을 임금이 사시는 궁궐앞에 높다란히 건축한 것과 같은 이치라 이해하면 될 터이다.
나중에 이런 점을 미국인 교수 한명에게 물어보았더니 대답은 역시 그렇다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이런 것들로부터 절로 우러나오는 권위스러움을 내심 부러워하는 것이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자본주의적이라 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포인트가 미국 사람들의 한 가지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