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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레전드들이 말하는 1999년의 호세

부산 사직구장이 펠릭스 호세(48)의 추억에 흠뻑 빠졌다.

롯데 자이언츠가 배출한 최고의 외국인 타자인 호세는 26일 롯데와 NC 다이노스전이 열리는 사직구장을 찾았다. 롯데가 마련한 '응답하라 1999' 챔피언스데이 행사를 위한 것으로 호세의 사직구장행은 6년 만이다.

당시 호세와 함께 롯데 강타선을 이끌었던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14년 전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마 위원은 "호세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호세는 긴 방망이로 훈련을 했는데 따라 해보니 쉽지 않았다. 호세에게는 메이저리그 출신다운 무언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1999년 롯데는 한화 이글스에 막혀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롯데 팬들이 1999년을 추억하는 것은 삼성 라이온즈와 치른 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명승부 때문이다.

1승3패로 패색이 짙던 롯데는 5차전에서 호세의 끝내기 3점포로 벼랑 끝에서 탈출한 뒤 7차전에서 호세-마해영의 연속 타자 홈런을 앞세워 승리, 4승3패로 시리즈를 가져갔다.

호세-마해영이 주축이 된 중심타선은 롯데의 최고 무기였다. 호세는 132경기에 나와 타율 0.327 홈런 36개, 122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냈고 마해영 역시 타율 0.372 홈런 35개 119타점으로 조력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마 위원은 "우투수들은 호세를 거르고 나와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좋았다. 호세가 나간 뒤 내가 치면 무조건 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 위원은 "그때 한국시리즈보다 플레이오프 시청률이 더 좋았다"면서 "당시 우승을 했어야 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너무 힘을 뺐다. 롯데가 잘 되려면 비가 왔어야 했다"고 웃었다.

2003년 현역 유니폼을 벗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응국 롯데 1군 주루코치는 "호세가 선수 때와 비교해도 몸에 큰 차이가 없다. 물어보니 술과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호세를 봐서 좋지만 기론도 보고 싶다"고 했다. 투수인 에밀리아노 기론은 1999년을 포함해 롯데에서 4시즌을 뛰며 22승을 거뒀다.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워낙 긴 팔과 이닝소화능력으로 팬들 사이에서 고무팔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김 코치는 "기론은 밤에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하면 총알같이 다녀왔다. 선수들에게 잘해 우리도 기론을 잘 챙겨줬다"며 "기론도 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호세에게 왜 혼자 왔느냐고 했더니 워낙 급하게 와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고 아쉬워 했다.

기론은 미국 뉴욕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호세가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준 것은 아니었다.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믿음직한 동료였지만 상대팀들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현대유니콘스 투수코치였던 김시진 롯데 감독은 "그때는 호세를 어떻게 틀어막느냐가 관건이었다. 박정태, 마해영, 호세가 버티고 있는 롯데는 상대하기 어려웠다"며 "경기 전 투수들에게 호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려줬지만 쉽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 역시 사연은 비슷했다. 삼성 타격코치를 지내던 박 코치는 플레이오프에서 호세의 위력을 직접 실감해야 했다.

박 코치는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앞서 있어 넉넉하게 이길 줄 알았는데 호세에게 홈런을 맞고 졌다. 그때 호세에게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서정환 감독님이 좀 더 오래 하셨을 것"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서 감독은 롯데에 밀려 한국시리즈행에 실패한 뒤 곧바로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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