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설계도를 함께 그릴 검찰개혁심의위원회가 24일 본격 출범한 가운데 위원에 개혁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위원 10명 중 9명은 외부 인사인데다 그동안 검찰에 쓴소리를 해왔던 인사까지 상당수 포함되면서 검찰이 '사즉생'의 각오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검찰개혁 정통-쓴소리 이력 '각양각색'
검찰은 이날 오전 정종섭(55) 서울대 교수(헌법)를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개혁심의위를 발족시키고 위원 10명에 대한 위촉식을 열었다.
심의위에는 정 위원장 외에 오영근(56) 한양대 교수(형사법)와 하태훈(54) 고려대 교수(형사법) 등 학계 인사와 명동성(59)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이광범(54) 법무법인 엘케이비앤 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최혜리(48)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나승철(35) 서울변호사회장 등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또 이창민(54) 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과 신종원(51) 서울YMCA 시민사회부장 등 언론인·시민사회인사도 포함됐다. 현직 검찰은 이창재(48) 대검 기획조정부장 1명 뿐이다.
경북 경주 출신의 정 위원장(사법연수원 14기)은 서울대 법대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한 학계 유력 인사로, 현재 한국헌법학회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오는 7월까지 활동하는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정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 말기 처음으로 특검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법조계에서는 개혁 성향의 헌법학자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 위원장은 심의위 첫 회의 전 인사말에서 스스로 "내가 검찰에게 반가운 사람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 위원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낸 형사법 교수로, 지난해 말 '성추문 검사' 사건에서 제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원장직을 사임한 바 있다.
하 위원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연구팀장, 형사법개정특위 위원, 대법원 양형위원, 경찰청 경찰혁신위원 등을 지내면서 검찰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대표적 인사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검사 명단을 발표하는 등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검찰총장 직선제 도입, 검찰권 오남용 검사 인사책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등 강도높은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다.
명 위원(10기)은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9년까지 30여년간 대검 수사기획관, 광주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쳐 검찰제도에 대해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재직 시절 '바른 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었으며 2007~2008년 서울중앙지검장 때 어려운 상황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는 후문이다.
이광범 위원(13기)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의 특별검사를 맡아 검찰 수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법관 재직 시절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비서실장·사법정책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고 사법연수원 교수 때에는 민사재판실무, 언론과 헌법, 기본권연구, 노동조합법 등을 가르쳤다. 2010년 1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용산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으면서 검찰 수사기록 공개 결정을 내리기도 했으며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최 위원(23기)은 정부법무공단 초대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소비자자율분쟁조정위원,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 등을 역임, 사법과 행정에 두루 식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위원(35기)은 최연소 서울변회장으로 비리법조인 등록거부 서명, 신규검사임용 로스쿨원장 추천제 반대, 법조계 민주화 등을 주장하는 등 평소 법조계 개혁과 관련해 소신있는 활동을 해왔다.
이창민 위원은 한국일보 기자와 논설위원, 뉴시스 편집국장, 머니투데이 편집기획담당 상무 등을 지낸 언론인으로, 법조계에 정통해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0년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평소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높다는 평이다.
신 위원은 1980년대부터 YMCA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보호에 힘써 왔다.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전문위원,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 스폰서검사 사건 검찰진상조사위원 등을 맡기도 했다.
이창재 위원(대검 기조부장·19기)은 법무부 검찰과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거쳤으며 '스폰서검사' 비리 의혹 사건 특임검사를 역임했다.
◇"검찰로선 아프지만…국민 원하는 개혁 이룰 것"
검찰은 심의위를 구성하면서 "가감 없는 조언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사회 등에서의 풍부한 식견과 덕망, 개혁성은 기본이다.
이는 채동욱(54·14기) 검찰총장이 취임사 등에서 밝힌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채 총장은 "검찰개혁이 '검찰을 위한' 것이나 '검찰에 의한'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개혁 방향과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심의위의 의견은 검찰 제도와 업무수행에 철저하게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검찰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0명 중 9명을 외부 인사로 채웠다. 현직 검찰로서는 유일하게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이 기조부장은 검찰 제도 전반에 대한 위원들의 이해를 돕고 논의된 개혁안을 원활하게 정책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심의위는 우선 내달 말까지 매주 회의를 열고 ▲특별수사체계 재편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시민통제 ▲검찰 인사제도 개선 ▲감찰 강화 등 검찰 업무 전반에 걸친 개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날 첫 회의에서 위원회 일정과 심의안건을 결정한 데 이어 ▲5월1일 특별수사체계 개편 ▲5월6일 감찰강화 방안 ▲5월20일 검찰시민위원회 개선 ▲5월23일 검찰인사제도 개선 ▲5월29일 상설특검 도입 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후의 회의 개최 일정 및 안건 등은 추후 논의 진행 상황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채 총장은 위원들에게 "이제까지 검찰의 수차례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한 것은 국민이 아닌 검찰의 시각에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심의위원들은 검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분들로 모셨다. 어떤 의견이든 기탄 없이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 검찰은 지금까지 안주하고 있던 성에서 나아가 거친 폭풍이 몰아치는 들판을 가로지르려 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미래지향적이고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위원들이 든든한 길잡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검찰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위원회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대검 관계자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사즉생의 각오로 임했다"며 "검찰로서는 아플 수 있지만 검찰개혁에 관심을 갖고 쓴소리를 했던 인사들,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