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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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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짜리로 위장한 100만원 항공권"... 외국계 저가항공사의 괘씸한 호객행위

"속은 기분이에요. 지불한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녀왔지만 썩 기분 좋은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전북에 거주하는 김대한(38·가명)씨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저비용항공사 A사의 '대폭 할인' 프로모션을 항공권을 보고 즉각 구입했다. 통상 30만원에 달하는 '인천~나리타' 편도 항공권을 3만원(공항세 포함·유류할증료 없음)에 구입할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전하자면 김씨는 A사의 항공권을 구매하는데만 10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사정은 이렇다. 김씨가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하던 시점에 이미 해당 프로모션 항공권은 모두 매진된 뒤였던 것.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김씨는 항공사 할인행사 소식으로 홈페이지에 몰려든 방문객들 틈에 끼어 영문으로 이뤄진 여행 일정부터 결제 페이지까지 열심히 'NEXT' 버튼을 클릭했다.

"할인행사는 방문객들로 접속이 폭주했습니다. 예약 가능 기간은 8일에 불과했고 수량도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항공권 구매에 나섰죠. 아무래도 외국계 항공사여서 그런지 한글 안내문도 메인 홈페이지에서만 제공됐었고요."

중간중간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는 했지만 '설마 사기를 치겠느냐'라는 믿음과 '여차하면 취소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할인 항공권'을 따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씨가 항공권 구매를 위해 지불한 최종 결제금액은 81만8721원. "이게 왠 날벼락인지…" 김씨는 서둘러 항공사에 구매 취소를 요청했다.

문제는 이 때부터.

항공사 측은 '할인 행사는 이미 마감'했다는 소식과 함께 '김씨가 구매한 항공권은 정상적인 티켓'이라고 알려줬다. 게다가 약관상 환급이 불가능하며, 일정을 변경하고 싶으면 24만원의 위약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기막힌 답변을 듣게 됐다.

"할인티켓이 이미 마감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영문으로 이뤄진 해당 항공사의 홈페이지에서 '혹여나 뺏길세라' NEXT 버튼만 주구장창 눌러댔던 것이죠. 이 항공사는 홈페이지에 해당 프로모션이 끝나 '지금부터는 정상가로 결제된다'는 문구조차 제공하지 않았었습니다."

김씨는 황당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민원도 냈지만 소비자원도 속수무책인건 마찬가지. A항공사는 국내에 판매 대리점만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다수 항공권 관련 민원은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분석한 항공서비스 이용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를 보면 외국계 항공사가 전체의 55%로 가장 많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 지사 또는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은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피해 사실조사도 어려운 실정이라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환불 불가 약관 등에 대한 시정명령도 이들 항공사들에는 소용없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도 항공업게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당국이 항공권 가격이나 환불 등 규정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12월 말로 예정됐던 일정을 1월 중순으로 변경, 24만원의 위약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여행을 다녀왔다. 3만원을 꿈꿨던 여행이 1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끝난 셈이다.

김씨는 "억울하지만 어쩌겠냐"며 "이같은 피해 사례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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