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거나 운용하기 전에 항상 묻는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선발주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비용을 크게 낮추는데 상당부분 성공해 왔다. 해서 2012년 현재 인구 5천만명에 2만달러 국민소득 그리고 주요 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에서도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3대 평가기관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모두 높이는 결과를 시현했다. 이제는 다른 나라의 선례를 모방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방이 필요한 제도가 남아 있다.
국가예산은 3년을 주기로 운용된다. 올해 집행되는 예산은 작년에 편성, 심의, 통과된 것이고 올해가 지나가면 내년에 결산과 감사가 이뤄지게 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 편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국가재정운용계획 즉, 중기재정계획이다. 올해 국회에 제출돼 심의하고 있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2012∼2016년의 계획으로 실제로 내년 예산편성분을 빼면 3년 전망치를 갖고 논의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미래위험 대처와 국가의 장기전략과제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재정의 역량 강화를 위해 50년 전망치를 포함하는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고령화 분야를 중심으로 장기 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일부는 그 결과를 장기전략보고서에 반영하고 있다. OECD회원국 중 27개 국에서 장기재정 전망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결정으로 평가한다.
재정건전성은 기본적으로 총수입과 총지출의 관리라는 거시재정운용에 달려 있다. 수입에서 지출을 빼서 모자란 부분이 재정적자이고 이것이 쌓이면 정부 부채가 된다. 따라서 장기 재정전망은 결국 총수입과 총지출을 각각 추계하는 작업이 된다. 총 수입을 전망하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출산율, 기대수명, 인구 이동 등을 고려, 생산가능인구와 총인구 등 인구구조 변화를 파악한다. 인구 구조변화에 따른 영향을 현 세제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각 세목에 반영해 전망치를 구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거시변수는 GDP 증가율이 되는 바 국회예산정책처와 정부의 전망치가 차이가 나는 부분도 이 잠재성장률 전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지속돼 205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1% 내외가 될 것이라는 것이 KDI의 전망이다. 공통적인 부분은 생산인구의 감소, 경제성장의 둔화 등으로 국세수입,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총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하고 인구 구조의 변화를 지출항목별로 반영해 전망한다. 재량지출은 경상 GDP 증가율을 적용하고 의무지출(건강보험, 국민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은 고령화의 영향을 반영해 별도로 추계한다.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50년에는 OECD 평균(103.0%)보다 높은 GDP 대비 137.7%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도 비슷해 2060년 218.6%로 확대되고 2034년 이후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1957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정부로부터의 편익보다 조세부담이 커 현행 재정부담의 세대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전망의 이유는 국가전략을 마련하고자 함이다. 재정의 장기 건전성 관리와 역량 강화를 위해 잠재성장률 제고와 새로운 세원 발굴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조속히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금융관련세원 확충, 주세율 인상, 연금보험율 인상과 수급개시연령을 조절하는 정책 조합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탄력적인 재원배분을 저해하므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지 않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면서 재원 조달이 가능한 환경세로 개편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강조돼야 하는 부분은 신성장동력 확충, 고령자와 여성인력 활용 확대 등을 추진,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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