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는 두가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독점적 자본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이다. 자금 대여에 대한 대가인 이자와는 달리 법인의 이익 중에는 독점적 성격의 이익이 포함돼 있다. 법인이 상품시장이나 원재료·중간재 시장, 또는 자본시장에서 독점적인 성격을 갖게 되면 독점적 이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독점적 성격이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완전 독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점, 독점적 경쟁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와 같은 독점적 성격은 이익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며, 독점적 성격으로 인해 증가된 이익을 지대(rent)라고 한다.
일부 대기업의 세부담에 초점을 맞춰 법인세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지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대에 대한 과세는 부자에 대한 과세,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에 대한 과세,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의 성격을 가진다. 법인세가 온전히 지대에 대한 과세라면, 투자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경제활동이나 다른 지역에의 투자를 통해서 더 많은 독점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면 세금은 독점적 이익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며 경제 행태는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법인세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인세는 또다른 요소를 갖고 있다. 법인의 이익이 자본을 투입한데 따른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의 이익은 투입한 자본의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를 자본비용이라고 하고 후자를 지대라고 부른다. 개별 기업의 이익률을 보면 지대가 상당히 큰 기업도 있을 수 있으나 지대가 없고 자본비용 수준의 이익만을 얻는데 그치는 기업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재정학 교과서에서는 한계수익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수준까지 투자가 증가한다고 보고 법인세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데, 이는 자본비용과 일치하는 수준의 이익을 얻는 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업의 이익이 자본비용과 일치하는 경우에 법인세의 인상은 세후 이익을 자본비용 즉, 기회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낮추게 되므로 기업은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법인세는 투자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와 같이 법인세의 두 가지 특성 중 어느 한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법인의 이익을 자본비용에 해당하는 부분과 지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분리해 과세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제도는 과세표준 2억원, 200억원을 기준으로 10%, 20%, 22%의 초과누진과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제도는 마치 자본비용 이하의 이익을 얻은 기업에 낮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익률이 아니라 이익의 규모에 따라 차등세율 적용기준을 정하는 것으로서 자본비용과 지대를 구분해 과세하는 방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투입한 자본이 상당히 많은 대기업의 경우 이익이 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익이 2억원을 초과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2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높은 세율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대에 대한 과세라는 긍정적 효과없이 자본비용 수준의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부정적인 효과만 유발할 뿐이다. 한편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지대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더라도 이익이 2억원에 미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법인세를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면 지대에 대한 세율이 낮아져 독점적 이익에 높은 세율로 과세한다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익의 규모가 아니라 이익률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차등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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