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개시일 前 2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한 돈이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인에게 상속된 것으로 추정해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구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3(위헌)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구 상속·증여세법에는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은 금액 등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인 때와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으로 추정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김 某씨는 지난 2008년3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해 9월 상속재산을 560여억으로 신고하고 상속세 83억여원을 납부했다.
이후 종로세무서장은 상속세 실지 조사시 상속개시 전 2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인출한 예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 7억5천여만원에 대해 구 상속·증여세법을 적용,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고 김 씨 등에게 상속세 3억6천여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김 씨는 "국가가 입증책임을 상속인들에게 전가했다"며 2010년8월 헌재에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금융실명제가 정착돼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세관청에서 현금이나 현물에 대한 과세자료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은 어렵다"며 "상속재산이 상속인에게 상속됐다는 사실을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과세행정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상속인이 입증해야 하는 범위도 상속개시일에 근접한 1년 또는 2년 이내의 2억원 또는 5억원 이상의 고액으로 한정돼 있어, 납세자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상속인이 지는 입증의 번거로움 내지 재산권에 대한 제한에 비해 부당한 상속세 회피행위를 방지한다는 공익이 훨씬 크다"며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8명의 재판관 중 3명의 재판관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해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민형기·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과세관청과 납세자 모두 입증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상속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며 "이러한 경우 상속인의 재산권 침해의 정도가 심히 가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