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직접부채는 308조3천억원에 이른다. 보증채무(30.3조원)까지 합치면 340조원에 육박한다. 2008년도 국내총생산이 1천23조9천억원이므로, 이들 부채를 합산하면 국내총생산의 30.1%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10여년 전 외환 및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국가부채의 주된 확대요인은 주로 금융·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공적자금 투입과 재정지출 확대 등에 따른 세출 증가와, 감세 등에 의한 세입감소에 기인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경제위기로 인해 위기극복을 위해 단행됐던 재정지출 확대와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주된 목적으로 했던 법인세·소득세 등의 감세에 따른 영향이 컸다.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볼 때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우리나라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는 재정부실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최근 국가부채의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장래에 잠재적인 재정지출 소요 확대로 인해 예상되는 재정불안 요인이 크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세·재정정책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원론적으로 말해 재정건전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은 줄이는 한편, 경제에 부담이 작으면서도 형평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고 가능하면 세원분포가 넓은 것을 중심으로 증세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현행 제도 하에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요하는 제도 개편이 없더라도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급진전됨에 따라 재정지출 소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의 억제만으로 장기적인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이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증세가 불가피함을 시사해 준다. 증세라고 하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부가가치세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977년 7월 10%의 단일세율로 도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1960년대 말∼1970년대에 10∼23.46%의 세율로 도입됐다. 최근에는 대체로 10%후반∼20%대 중반 수준으로 세율이 상향평준화됐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보다 부가가치세의 세율이 낮은 국가는 일본(5%)과 스위스(7.6%)의 2개 국에 불과하다. 호주가 10%로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OECD 전체적으로는 부가가치세의 평균세율이 17.7%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국내총생산 대비 부가가치세의 세수비중 역시 OECD는 평균 7%대 중반이다. 우리나라는 4.5%로 최저수준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소득세원의 비중이 하락하는 후기형 복지국가에서는 노동공급 저해효과가 작으면서도 넓은 세원분포를 지니는 부가가치세의 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건전화 및 복지재정 수입원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시점에 도달해 있으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일차적으로 왕성하게 노동공급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의 비중이 현저하게 하락하게 된다. 이는 그만큼 소득과세를 통한 세원의 상대적 비중이 축소됨을 의미한다. 특히 누진세율 구조를 지닌 소득세는 노동공급 왜곡효과가 크기 때문에 재정소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 세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세원분포가 넓은 세목을 통한 증세가 바람직하다. 가장 세원분포가 넓은 세목으로는 부가가치세가 손꼽힌다. 부가가치세는 노동공급 왜곡효과가 작고 가격효과를 통해 저축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어 고령사회에 주요 세원으로 적합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부가가치세를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서구복지선진국에서는 부가가치세의 세율과 세수비중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상향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부가가치세의 세율 인상은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는 많은 부담을 지게 되는 사안이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세율인상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