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법원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다"며 국립국어원에 자신들이 나름대로 쉽게 쓴 판결문을 더 알기쉽게 바꿔달라고 용역을 의뢰했다.
서울 남부지법은 민·형사 판결문에 판사들이 수정한 '쉬운 판결문'을 첨부해 국립국어원에 보내 용어와 문장을 쉽게 바꿔달라고 요청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3일 오후 세미나를 연다고 2일 밝혔다.
남부지법은 지난 10년 동안 나온 절도ㆍ횡령ㆍ사기ㆍ배임 등 형사사건 판결문과 임대차보증금반환ㆍ소유권이전등기 사건 판결문 등 국민이 자주 접하는 민·형사 판결문 10개씩을 골라 판사들의 수정본과 함께 지난 9월 국어원에 보냈다.
국어원에 건넨 순화 대상은 생소한 일본식 단어나 어구 뿐만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등 이중부정 문장과 '소정(所定)', '제반(諸般)' 등의 한자어까지 포함돼 판결문이 얼마나 더 쉬워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우리 판사들이 판결문을 쉽게 쓴다고 무척 노력했는데도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다"며 "'우리끼리 검토해서 못 보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바깥의 눈을 빌리기로 하고 국립국어원을 찾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법 회의실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는 재판 일정이 없는 판사들은 모두 참석해 원본과 수정본, 국어원의 제안을 놓고 국어학자들과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국어원이 쉽게 바꾼 말이 원래 용어가 갖고 있던 뜻과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에 판사들이 직접 참석해 조율 작업을 벌인다"며 "전문용어와 관용문구의 뜻이 전혀 바뀌지 않고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