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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5. (일)

[범국민캠페인]장부를 바르게 씁시다(1)
-③기장 신고자 200만명 만들기

특별 紙上좌담-출발!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개인이든 법인사업자이든 성실히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납세풍토 조성이 여전히 미흡한게 우리의 실상이다. 참여정부는 조세정의 구현을 위한 세원 투명성 실현 전략 구축의 일환으로 절반에도 못미치는 기장신고자의 비율을 오는 2007년까지 전체 신고자의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본지는 '장부 바르게 씁시다-기장자 200만명 만들기 운동'을 주제로 범국민캠페인을 출발하면서 먼저 정치권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의원과 조세정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장과의 특별 지상좌담을 마련, 우리 기장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고 선진 기장문화풍토 조성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김무성 재경위원장(한나라당)
한양대 경영학과 졸/삼동산업(주) 대표/대통령 민정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제15·16·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진표 재경위의원(열린우리당)
서울대 법대 졸/美 위스콘신대학원 정책학과 졸/
재경부 세제실장/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최용선 한국조세연구원장
연세대 정외과 졸/플로리다 주립대(회계·세법)·경영학박사/
美 연방세제·재정정책분과위원/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한국회계연구원 이사회 의장



서채규
본지 논설위원



▽사회:올해 종합소득세 신고자 가운데 장부기록에 근거해 신고한 납세자의 비율이 기장신고 대상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기장문화는 열악합니다. 그 이유부터 살펴보도록 할까요?

▽최용선(한국조세연구원장):매년 증가추세이지만, 장부 기록에 근거한 세무신고율은 지적하신 대로 아직도 절반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세무당국이 납세자가 갖고 있는 과세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납세자들은 그 과세자료를 보다 성실히 신고하게 됩니다. 즉 장부와 증빙에 근거해 과세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세무당국이 이를 사후에 다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근거 과세자의 비율은 세무당국이 납세자들의 과세자료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재는 하나의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납세자들이 과세자료를 성실히 신고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할 때 근거 과세자의 비율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습니다.

최근 10년동안 근거 과세자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비율이 절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 그 비율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납세자들의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근거과세자의 비율을 늘리기 위한 세무당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무성(국회 재정경제위원장):전체 사업자 중에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과세 미달자가 약 5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 중에서도 절반 정도만 장부를 기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동안 국세청에서는 자영사업자의 과표를 양성화시키고 근거과세제도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왔다고 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저조한 기장신고자 비율은 아직도 우리 세무행정이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급생활자들의 경우 흔히 '유리지갑'이라고 하듯이 소득금액이 전액 노출돼 탈세의 소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득종류간 공정한 세부담이 이뤄지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정직하고 투명한 선진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업내용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즉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한국세정신문사에서 '장부를 바르게 씁시다' 캠페인을 벌인데 대해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자영사업자들의 기장신고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장부 내용의 진실성도 크게 제고되기를 기대합니다.

'가능하면 숨기는게 得' 우리 현주소
장부기록 기피 현실적 요인부터 제거

▽김진표(국회 재정경제위원):먼저 한국세정신문사가 조세전문언론으로서 이러한 중요 이슈를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는 큰 역할을 하는데 대해 지난 30여년간 조세정책을 담당해 온 세정가족으로서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으로는 올바른 기장신고문화 정착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과거에도 녹색신고제를 도입해 대상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 기장신고를 유인했지만 성실도에 대한 엄격한 인식이나 기준 등이 부족했었지요. 특히 과표를 낮추는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없지 않았던만큼 성실기장신고 확대정책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어요. 지금도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러나 기장신고자 확대를 위한 환경과 여건은 크게 개선이 됐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음식·병원 등 현금수입업종의 과표 양성화율이 높아졌고, 내년부터는 현금영수증제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앞서 말한 세원 양성화에 가속이 붙어 기장신고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회:사업자들이 장부를 바르게 쓰게 하려면 먼저 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장부를 쓰는 것을 기피하는 현실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실질적인 유인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무성 위원장:조그만 구멍가게를 하시는 분들도 대부분이 장사를 해서 얼마나 벌었는지 따져보기 위해 나름대로의 장부를 쓰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세금신고시에는 이러한 장부를 무시하고 전혀 장부를 하지 않는 것으로 행세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장부를 제시하는 것이 문제의 실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기장내용을 정직하게 내놓을 경우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상당수준으로 부담하게 되거나 세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장부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영세사업자의 경우 장부를 회계기준에 맞춰서 작성할 능력이 없고, 이를 세무사 등에게 기장대리를 맡길 경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능하다면 세부담을 줄이거나 회피하려는 것이 모든 납세자들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부 기장자 비율이 낮은 것은 우리 국세행정이 낙후돼 이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납세문화적 측면에서도 탈세를 범죄 또는 반사회적 행위로 여기는 인식이 확립돼 있지 못한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예외적이긴 합니다만, 이와는 정반대로 일부 기업들이 심각한 기업의 경영실적 부진을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이익을 부풀려 장부를 하는 분식회계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선량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커다란 충격과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등 그 폐해가 매우 크므로 더욱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표 의원:중요한 지적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원 양성화가 되지 않는한 성실기장이나 기장신고자 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입니다.

과거 고재일 국세청장 재임때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을 비롯, 취약업종을 대상으로 과표 양성화 특별대책을 시행하는 등 초강수를 뒀었죠. 근데 그것도 되는듯 싶더니 다시 마찬가지였죠. 반복되는 과표 양성화 정책이 성공을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납세도의입니다.

우리의 장부기록문화는 역사성과 국민성에 기인한다고 보여집니다.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시행한지 얼마 안돼 제가 방한한 일본 국회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과는 달리 일본 국회의원들은 수첩을 꺼내 브리핑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을 하더라구요. 그만큼 기록문화에 대한 정서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기자들이 사용하는 취재수첩을 반드시 지니고 꼼꼼히 기록을 합니다.<김진표 의원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취재수첩을 꺼내 보여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납세도의를 가만히 보면 상당히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세금은 잘 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장부에서 수입금액이나 소득을 숨기고 누락시키는 인습이 뿌리 깊게 배어 있습니다. 일제의 경제수탈이란 고통의 역사도 그같은 심리를 낳게 한 한 요인이 됐고, 단일민족이란 인류사회학적 요소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해요. 남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되면 주위로부터 유쾌하지 못한 눈총을 받기 때문에 동종 사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거나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잖습니까? 이런 모습이 우리의 납세도의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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