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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6. (월)

내국세

[세정탐구]부부단위 과세제도의 입법론적 연구<上>

김정식 세무사(세무학박사)


 

김정식 세무사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최근 들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가운데, 남편의 경제생활과 아내의 가정생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외부에서 남편이 경제활동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데는 가정에서 아내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고, 아내의 가정활동은 기본적으로 남편의 경제활동 덕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부가 소득과 재산을 공유한다는 공유론적 사고에 기인한다.
이런 가운데 '부부단위 과세제도의 입법론적 연구'라는 세무학박사 논문이 나와 관심을 끈다. 논문의 결론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남녀가 부부로 맺어져 가정이 탄생하면 그 때부터는 소비경제단위로서의 가정경제가 형성된다.

전통적인 사고에 의하면 남편이 바깥에서 경제활동을 해 돈을 벌고, 처는 그 돈으로 가정관리 즉 육아와 가정에 필요한 가내활동(家內活動)을 영위함으로써 가정이 유지되기 때문에, 바깥에서의 남편의 경제활동이나 처의 가내활동은 어느 한사람의 능력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유기적 협력에 기반을 두고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남편의 경제활동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처의 내조의 뒷받침없이는 이뤄질 수 없고, 반대로 처가 육아와 가내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 남편의 소득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편의 소득이나 재산이 남편만의 권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처의 뒷받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편만의 소득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부부에 대한 소득 또는 재산의 공유론적 사고인 동시에 사회일반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필자는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부와 관련된 과세제도에 관해 입법론적으로 어떠한 문제점이 내포돼 있는지를 검토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려고 했다. 

현행 소득세법상의 과세단위는 이른바 개인단위주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역사는 '49.1.5 제헌국회에서 제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득세법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으므로 그 역사가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가 오래됐다고 하여 그 유용성에 대한 타당성까지 검증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대적인 흐름으로 볼 때에 농경사회에서 도시산업사회로 발전했으며, 이와 더불어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분화되면서 개인주의로의 변화·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는 하나의 역사발전과정으로서 어느 나라건 예외없이 경험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하여 부부 중의 각자를 하나의 과세단위로 취급하는 개인단위주의는 개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적합하고, 반대로 부부를 하나의 경제단위 내지 소비단위라고 취급하는 소비단위주의는 개인주의에 대한 성숙도가 낮은 사회에서나 적합한 제도라고 치부해 버리고 마는 단순한 사고는 옳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예가 염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미국이나 독일이 소비단위주의인 '2분2승제도'를 취하고 있고, 프랑스 또한 'N분N승제도'라고 하는 소비단위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개인단위주의의 유용성은 첫째 헌법 제36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의 원리'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곧 혼인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하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효율성 측면에서 세무행정이 다른 어떤 제도보다 단순해 징세비용이 적게 들고 또한 개인의 사생활(privacy) 보호차원에서도 소비단위주의보다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과세단위를 선택하기 위해 고려돼야 할 유용성에 관한 논점들은 과세의 공평성, 효율성, 부부재산세와의 관계, 세무행정과의 관계, 혼인의 중립성 및 사생활의 보호 등을 포함해 대략 10가지 정도가 되지만, 그 중에서도 공평성에 관한 평가가 최우선순위의 위치에 놓여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공평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담세능력만을 따져 평가할 것이 아니라 부부공동체로서의 사회적 인식이 고려된 평가이어야 할 것이다.

부부일체론(夫婦一體論) 또는 부부를 하나의 경제공동체(經濟共同體)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소득공유론 내지 재산공유론적 사고에서 출발하며, 그것은 또 '공동계산과 분할' 또는 '주머니 돈은 쌈지돈'이라는 우리의 전통적 사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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