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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특별기고]납세자 권리보호(이의신청 등) 장치, 잘 돌아가나?

김종상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필자는 먼저 최근에 정말 억울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던 세액결정(세무서)에 대해 정말 감동스럽게도 서울지방국세청의 이의신청단계에서 세액의 부과 처분이 취소된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납세자는 세액이야 얼마이건(약 4천만원) 또 그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건 헌법소원까지도 가겠다고 다부지게 벼르고 있던 차에 새해가 바뀌기 전에 그것도 이의신청단계에서 종결됐으니 기대 밖으로 어리둥절한 지경이었던 것이다.

이 일은 그 납세자와 필자가 거의 매일 새벽 헬스클럽에서 만나는 이웃사촌으로 하루(2002.10월경)는 "아들이 결혼을 하게 돼 적당한 아파트 하나를 장만해 주고자 하는데?"하는 대화로 시작됐던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정도이고, 우선은 전세(2억원)를 안고, 은행융자를 5천만원하면 2억5천만원이 남는데, 자금출처로 이 아들이 초등학교 때(15년전)부터 예금적금 등을 해온 것을 찾아서 1억5천만원 정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러면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 나머지 1억원은 직계존‧비속 증여재산공제 3천만원을 공제하고 7천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면 세액이 630만원(세율이 10%이고 신고공제10%) 정도이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이고, 그 납세자는 "아 그렇습니까. 세금이 그 정도라면 내야지요. 괜히 큰 걱정을 했군요"하면서 우리의 세무상담은 간단히 결론이 났으며, 나중에 증여세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챙겼는데, 특히 '87년부터의 정기적금‧예금통장 사본들과 함께 깨알같이 쓴 예금적금 계약‧해약 내용은 아주 치밀했으니 이분의 평상시의 인품과 기질을 짐작게 하는 것이었고, 필자는 별 갈등없이 신고서를 작성하고 6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토록 했던 것이다.

필자는 평소 친구‧친지들로부터 이와 같은 '자녀들 아파트' 세무상담을 받으면 전세금, 은행융자를 제외하면 다른 것(자금출처 등)은 억지로 하지 말고 세금을 내도록 권장하는데, 이들이 생각하기보다는 세액이 적고(1억원까지 10%, 5억원까지 20% 등), 또 웬만큼의 세금은 자녀들의 집을 사주는 축하금으로 또는 언제 어디서(공직자 청문회같은 자리)라도 떳떳한 기분(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신고‧납부할 것을 권하는 것이었다.

이 납세자의 예금적금 상황은 평상시 너무나도 준비가 철저했으며, 바로 이런 것이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했으니, 그후 1년반(2004.4월)후 세무조사 통지를 받을 때까지 마음 편하게 잘 끝난 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자랑스럽게 제출한 예금적금에 따른 자금출처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 예금적금의 명의에 불문하고 예금의 출처, 예금의 수익자, 예금통장의 관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권한행사한 자를 실제 예금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으로 그 예금의 소유자는 아버지라는 것이며, 그 예금을 인출할 때 아들에게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구체적으로 제시한 금융재산을 그 당시 '증여세 신고를 했거나 과세받은 수증재산'이 아니므로 자금출처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해석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미래를 대비하고 자녀들의 세배돈, 용돈 등의 저축습관을 장려하는 등 모범적인 가정의 미풍양속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해석이고, 일시적이고 수회에 걸쳐 목돈을 예금하는 것과는 달리 매월 소액의 현금을 적금통장에 불입할 때마다 증여세를 신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가능성(期待可能性)이 없다는 것을 주장했으나 일선 세무서의 눈 밝은 실무 조사직원의 판단으로서는 과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왕년에 재산세 국장을 세차례(당시 중부지방국세청‧서울지방국세청‧국세청을 순차로) 역임한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진 필자로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으니 가산세까지 4천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고지받은 납세자에게 크게 체면을 잃는 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이해하는 납세자는 흔쾌히 세금을 납부하고, 이제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인정받기 위해서 그리고 모범적인 부모들의 상식이 보호받기 위해서도 이겨야 한다고 다짐하고 서울지방국세청에 이의신청을 제출하고 우리의 세금투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요즘은 국세청(본청)의 심사청구와 국세심판원의 심판청구를 택일로 선택해야 하기에 지방국세청의 이의신청으로 국세청의 입장(과세 유지 또는 취소경정)을 타진한 다음에 그래도 제3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심판원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서 지방청의 이의신청은 아주 업무량이 폭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심사과(1과‧2과가 있음)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실무 조사관과는 전화상담들을 계속했지만, 아직 심의일정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과장 면담이나 혹은 심의위원들과의 개별적인 토의 등을 미룬채 벼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갑작스레 연말은 넘기지 않고 심위가 종료되고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체 세액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것이었다.

자녀가 아버지 및 조모로부터 증여(증여신고와 관계없이)받은 금액과 그 금액을 적립해 부동산의 매수대금으로 사용한 1억5천만원은 결과적으로 자녀의 소유임을 인정해 법(상속‧증여세법 제45조제1항 및 제3항)에 의한 취득자금의 출처에 충분한 소명이 있다고 봐서 증여추정에 의한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이의결정이 12월20일 이뤄지고, 그 결정통지문이 12월27일 이뤄졌으니, 우리(납세자와 함께)에게 뿐만 아니라 이러한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례에 모든 부모들에게 크나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것이다.

본 사례를 담당하신 과장께서 외부에서 특별채용(소위 개방직)된 변호사라고 하니 실무직원들과 함께 상식에 입각해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이 사례를 고민했다고 하며, 요즘 외부에서 위촉된 심의위원들도 예전보다 더욱 공정한 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금의 불복절차에서 납세자나 수임받는 전문가가 담당공무원들에게 직접 방문해 설명 또는 사정을 해도 될동말동한다는 일들이 이제는 그들의 달라진 시각과 사명감으로 바르게 이뤄진다고 하니 납세자의 보호장치가 제대로 잘 돌아(作動)가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새해 벽두에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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