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07. (화)

내국세

[독자기고]세무조사의 공포

허순강 세무사


신고납세제도하에서는 납세자가 스스로 계산·신고해 납세의무가 제1차적으로 결정되고, 세무관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신고내용의 진실성과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고 납세의무를 제2차적으로 결정한다.

세무조사의 목적은 신고내용의 정당성 여부 검증을 통해 국가의 재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하는데 있다.

세무조사때 적출사항이 있으면 금전적 부담과 사안에 따라 조세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는 상당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법대로 신고했더라도 그러할진대, 탈루·은폐 등이 있는 경우에는 얼마나 더하겠는가.  기업에서 세무조사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탈세제보자 상당수는 내부 고발"
필자는 25년을 세무조사와 감사분야에서 근무했고, 세무조사와 관련한 강의와 세무조사 및 탈세 제보와 관련한 많은 자문에 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서워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10여년전 필자가 某법인에 대한 조사때 겪은 사례다. 법인의 대표는 본인의 학력 및 전력과 정·관계의 실력자들을 거명하며 조사팀들에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조사에 착수한이후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포착돼 혐의점을 추궁해 들어가기 시작하자, 관련 경리담당 이사가 조사팀에게 혐의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전모(거래 내역 및 통장번호 등)를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많은 액수의 세금이 추징됐다. 이는 경영진 내부의 갈등관계에서 불거진 문제였다.

어느 아들로부터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에 대한 세금탈세 제보가 접수됐다. 아버지는 임대보증금만을 신고하고 있었지만 제보사항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입금된 통장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또한 많은 액수의 세금이 추징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투서의 발단은 아버지가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탈세폭로 위협 기업들 떨고있다"
최근에는 탈세 폭로를 빌미로 기업들을 갈취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벤처기업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체들이 고의 또는 업무 착오로 인해 탈세를 했다가 퇴직 직원 또는 타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 탈세 기업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어 탈세 후유증이 큼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자신이 근무하다 퇴직한 벤처업체에 대해 탈세 등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거액(20억원)을 뜯어온 이某씨(35세, 서울)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이 근무했던 (주)○○사 대표 여某씨에게 탈세 등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수차례 협박, 사업투자금 명목으로 20억원을 갈취한데 이어 다시 10억원을 더 뜯어내려고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또 전직 J건설사 임원이었던 K某씨는 해고당하자 역시 탈세 사실을 빌미로 타협을 종용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경찰에 투서를 하는 등 근래 들어 내부 고발자 투서가 늘고 있는 실정.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이와 관련 정부는 탈세 제보자에 대해 포상금(1억원 한도)을 지급하기로 지난해말 법령을 신설해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위에서 보듯 세금 탈루와 관련해서는 세무관서의 정밀한 세무조사에서 많은 세금이 추징되고 있지만, 정작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에서의 투서 등에 의한 추징세액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투서에 이르지 않고 내부적으로 조정된 것을 감안한다면 기업에서 탈세와 관련해 지출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기업에게 있어 세금 탈루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설령 이러한 세금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기업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세금은 남은 이익에서 일정부분을 내면 되는 것이다. 조그마한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시도하다가 오히려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부터 기업은 투명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급속히 몰락할 것이다. 이는 탈세를 논하기 이전에 기업 존립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러할진데 계속해서 탈세를 시도하렵니까?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