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26. (금)

내국세

조세재정硏 첫 '세심교실' 초등학생들 눈 '반짝'…"지각세, 도움세 만들자"

학생들 주도로 직접 세금·사용처 정하며 '세금의 선순환' 체득

'세금왕게임' 등 놀이교구로 재미있고 쉽게 조세 이해도 높여

윤보영 교사 "세금 주제, 사회교육 과정 통틀어 6학년 1학기 한번 뿐…아쉬워"

 

조세재정연구원, '함께 하는 세심교실' 내년 100개 학급 확대 운영

 

 

 

“BEV국 세금은 법률에 따라 세금을 낸다. 세금의 크기와 종류는 법으로 정한다.”

 

6일 세종시 소재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름반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BEV국으로 이름붙인 교실 속 작은 정부의 세금과 세율을 직접 정하는 자리여서다.

 

초등학생에게 세금은 사뭇 막연하고 어려운 용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날 세금의 종류와 크기를 열띤 토론을 통해 정하며 세금과 성실납부의 필요성을 깨우치고 있었다.

 

이날 보람초에서 열린 수업은 여타 세금 관련 교육과 달랐다. 통상 세금의 중요성은 수업시간 중에 단편적으로 다뤄지는데 그쳤지만, 이날 수업은 학생이 주도하는 참여형 조세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국내 유일의 조세관련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이날 처음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 ‘함께 하는 세심교실’이다. 

 

함께 하는 세심교실은 초등학교 5~6학년생을 대상으로 교실 속 작은 정부를 세우고 학생들이 직접 소득 및 소비, 세금 납부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조세의 필요성을 체득할 수 있도록 기획한 학생 참여형 조세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세금의 개념과 납세가치의 중요성 등 세금을 ‘제대로’ 배우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은 세심회의로 세금을 정하며 조세 공평주의, 세금의 종류, 세금의 교정적 기능 등을 자연스레 익힌다. 또한 거둬들인 세금을 교실 속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내가 낸 세금이 우리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조세의 순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학급 내 직업과 소득, 납세내역 등을 전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반응형 웹페이지는 물론, '세금왕게임' 등 보드게임 형태로 제작된 교구와 활동키트로 쉽고 재미있게 조세에 대해 접할 수 있다.  

 

이날 교육은 ‘세금을 어떻게 정할까’라는 주제로 윤보영 교사의 지도 하에 ‘세심회의’를 개최, 학급에서 운영될 세금을 학생들이 스스로 정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그림 속 상황에 동그라미를 찾아 치며 세금의 종류를 익히고, 보스턴 차 사건 영상을 보며 조세법률주의의 필요성에 대해 배웠다. 교재 속 세심나라 세금을 직접 고쳐보며 세금의 적절한 징수법을 깨닫는 시간도 이어졌다. 화장실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리하고 필수적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후 법률에 따라 걷는다는 대원칙을 정하고 세금의 종류와 크기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심각한 얼굴로 학급 속 세금을 어떤 기준으로 언제 얼마정도 걷을 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일정 기준을 넘는 사람에게 부유세를 매기자” “청소나 다른 아이를 도와주면 세금을 깎아주자(도움세)” “지각 또는 숙제를 안한 사람에게 세금을 매기자(성실세, 지각세)”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생일세를 부과하자는 엉뚱한 제안에 찬반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50뽀(바름반 화폐단위)마다 소득세 세율을 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나왔다.

 

또한 시범실시 후 세심회의를 다시 열어 세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수업에 참여한 김소윤 양(13세)은 “세금과 공공재에 대해 배우면서 세금이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쓰이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세금이 국가를 위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황나율 양(13세)도 “처음에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고 꼭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수업을 듣고 보니 세금이 많은 곳에 쓰이는 것 같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보영 교사는 “세금이란 주제는 사회교육 과정을 통틀어 6학년 1학기 한번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경제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이번 수업은 학생들이 세금을 법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우리 학급나라만의 세금을 정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날 6일 시범교육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세종 및 충청 권역 6개 학교 37개 시범학급에서 세심교실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 100개 학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중·고등학생, 직업계 고등학생, 일반 국민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