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3.26. (화)

내국세

"빅데이터 가공기업에 '데이터세' 걷어야"

김신언 세무사, 기본소득 재원 마련 위한 '데이터세' 도입 제안

기업 무료 사용한 원시데이터에 과세…디지털세 보완역할 기대

 

IT 대기업들이 그간 무료로 사용한 개인 데이터에 대한 대가를 국가가 대신 세금으로 거둬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논의 중인 디지털세 보완세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신언 세무사(법학박사·미국 변호사)는 최근 한국세무사회가 발간한 ‘세무와 회계 연구’ 통권 제23호에 ‘기본소득 재원으로서 데이터세 도입방안’ 논문을 기고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봤다. 이때 재원을 확보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데이터세’ 도입을 제안했다.

 

논문에 따르면, 개인 정보는 기업 마케팅, 정부 정책의 수요 예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거래된다. 데이터세는 이처럼 개인이 창출한 원시데이터 사용에 대한 대가를 조세형태로 국가가 징수하는 것을 뜻한다.

 

가까운 예로 경기도의 지역화폐를 들 수 있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사람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이터 배당개념을 도입해 주민이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되판 수익금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당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디지털세’와는 차이가 있다. 디지털세가 세원잠식과 소득이전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그 수익에 과세하는 것이라면, 데이터세는 소비자이자 데이터 가치를 창출하는 개인이 가진 데이터 주권 개념에서 과세논리가 출발한다. 또 디지털세는 소득을, 데이터세는 데이터 가치를 각각 과세표준으로 하는 점도 다르다.

 

 

그렇다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데이터의 가격은 어떻게 평가할까?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운영하는 금융보안원은 시장, 비용, 수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고, 금융위원회도 조만간 데이터 가격 산정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저자는 거래소에서 거래된 공정가치로 가격을 산출하는 시장접근법을 가장 긍정적으로 봤다.

 

저자는 해외 사례로 알래스카의 천연자원 기금, 영국의 마이데이터 정책, 중국의 정부 주도 데이터거래소 등을 살폈다. 알래스카는 공유자산인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거주자에게 무조건 배당하는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또 영국은 2011년부터 정부가 마이데이터 정책을 실시해 공공데이터 시장 활성화를 주도했다. 중국이 설립한 글로벌 빅데이터 거래소(GBDEx)는 데이터 가격을 책정하는 선례로 참고할 수 있다.

 

데이터세의 구체적인 운영 형태는 데이터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할 경우 누진 세율을 적용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데이터 용량을 과세표준으로 둘 수도 있다고 봤다. 부담금 성격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징수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는 공과금보다 국세 징수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세로 별도의 세목을 만들고 신고‧납세 시기는 현행 법상 법인이 신고납부하는 세목에 부가적으로 의무를 두거나 같은 시기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라는 취지상 목적세로 도입해도 큰 무리는 없다. 데이터세의 배분은 소득과 상관없이 균등 분배하며, 바로 지자체에 교부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가가 개인의 데이터 사용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리권 여부, 기업에게 데이터세를 징수할 경우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은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1분마다 전세계 인구가 구글을 통해 200만건을 검색하고, 유튜브에는 72시간의 비디오, 트위터에는 27만건의 트윗이 생성된다고 한다”며 매년 생성되는 데이터의 규모를 볼 때 데이터세의 규모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현재까지 논의된 디지털세제가 수익에 대한 과세체계를 고집해 계산의 복잡성, 각국 합의 등의 문제로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고, 내년까지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적당치 않아 여전히 과세가 어렵다”며 “데이터세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디지털세의 보완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각국 논의는 당초 OECD를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최종 부과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내년 중순께로 합의 일정이 미뤄졌다. 프랑스에 이어 일부 국가는 자체적 디지털서비스세(DST) 도입 채비에 나서 미국이 보복관세를 예고하는 등 갈등도 불거지는 양상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