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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租稅正義 具現을 위한 第1次的 實踐課題

김면규 <세무사>

필자는 독서의 가을에 교양이 되는 책 한권을 읽었다. 다름 아닌 마이클 센델(하버드대학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광고에 호기심을 갖고 읽어본 책인데 필자와 같이 우둔한 사람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그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는가 하고 생각해 보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에 목마르다거나 정의롭지 못한 데가 많다는 단면을 드러내는 현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란 소득과 부(富),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가?를 묻는 사회라고 예를 들었다. 필자는 조세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니까 조세분야에서의 정의, 이른바 조세정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正義(justice)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는 ‘올바른 도리’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法理的 개념으로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보편타당한 생활규범의 이념’이라고 定義했다. 또한 정의를 따르는 心素를 正義感이라고 하는 바 필자는 바로 정의감에서의 현실적인 조세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조세정의란 조세가 사회적 정의의 이상과 일치해야 함을 말한다. 그  구체적 작업으로서 아담 스미스나 바그너 같은 학자들이 조세원칙으로 내세운 것 중에는 세무행정 상의 원칙으로서 과세의 명확성, 편의성, 최소징세비 등을 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세기본법을 제정하고 신의성실의 원칙, 형평성의 원칙, 실질과세의 원칙 등을 명문규정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징세기관과 납세의무자 쌍방이 모두 지켜야 하는 원칙이기 때문에 징세편의에 따라 활용되거나 탈세의 수단으로 전락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금년에는 세금에 관한 문제도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세금은 잘 걷히지 않는데 국민복지에 쓰일 금액이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어긋나고 있는 실정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징세기관인 국세청으로서는 징세목표를 다 채우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노력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와 부딪히는 잡소리가 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잡소리는 세금(세율)이 많다 적다 하는 데서 생기는 것보다 그 세금을 거둬들이는 절차의 이행과정에서 다 많은 소리를 내게 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의를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 첫째는 과세관청이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저버리고 아직도 부과확정제도의 그늘에서 세무행정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다. 신고확정제도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써 납세의무는 확정되고 다른 세무간섭, 예컨대 세무조사 등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다만 신고의 내용에 누락된 부분이 있거나 오류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조사해 확정된 내용을 更正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장 민주적인 稅制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本 欄(2007.7.20.)을 통해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신고확정제도의 구체적인 실현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세무조정계산서이다. 따라서 이러한 적정절차를 밟아서 납세의무를 이행하면 경정의 사유를 입증하지 않는 한 세무조사 등의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 

 

둘째로 성실신고확인제도의 등장이다. 필자는 本 欄(2011.4.11.)을 통해 이 제도의 불합리성을 주장한 바 있다. 우선 신고납세확정제도에 반하는 제도로서 성실신고확정을 받지 아니하는 많은 납세자의 신고가 불성실하다는 반대 이론을 제공하는 빌미가 되어버린 점이다. 과거의 녹색신고제도가 신고납세확정제도의 도입과 함께 사라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 성실신고확인 납세자와의 약속까지도 지켜지지 아니하고 무슨 자료를 내라, 수정신고를 하라는 등의 요구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신고를 대리한 세무대리인만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신고납세확정제도 위에 또 하나의 屋上屋을 지어 성실신고를 하는 자에게는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고납세확정제도가 법문에는 살아 있으나 현실적인 집행절차에서는 거리를 멀리 해버린 것처럼 성실신고확인제도마저 법문에만 살아 있고 그 집행의 행태는 제 갈 길을 따로 가는 형상을 낳고 있다.
국가가 납세자에게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납세자들을 따르게 할 수 없다. 설사 따르는 모양을 갖는다 해도 그 뒤에 숨은 불만까지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 불만이 언젠가는 납세저항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징세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에 대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신고납세확정제도의 실효를 거둬야 하고 우선 성실신고확인 납세자의 조사배제 약속을 지키는 한편 신고납세확정제도의 본질적 모순을 지니고 있는 점에 대해 반성과 수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일차적 첩경에 이른다는 점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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