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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7. (토)

'위헌'과 '무효', 외부세무조정 수난사

지난 20일 대법원은 조세계에 핵폭탄급 판결을 하나 내놨다. 바로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세무대리인들의 최대 민감 사안 중 하나인 세무조정계산서제도와 관련한 것이었다.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를 규정한 시행령 조항이 모법조항의 위임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며, 시행규칙 역시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로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한동안 휴지기에 들어갔던 세무사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은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무효 뿐만 아니라,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계산서제도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까지 판결했다.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납세의무자에게 스스로의 책임 하에 할 수 있는 납세신고에 앞서 외부세무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므로 기본적인 내용을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데, 관련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

 

한발 더 나아가 "외부세무조정제도가 법률로 규율하는데 입법기술상 어려움이 있다거나 세부적·기술적·가변적인 사항이어서 이를 형식적인 법률로 규정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 관련내용을 충분히 법률로 규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이나 업무주체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부세무조정제도와 관련한 법률적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고, 세무대리계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2011년 6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강제 세무조정 제도는 전혀 법률의 근거 없이 단지 행정입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어찌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보다 더 강력한 내용으로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나 업무주체 모두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서인지 입법보완을 하지 않았고, 이번 대법원 무효 판결로까지 이어졌다. 

 

대법원 판결 이후 기획재정부는 외부세무조정제도와 관련한 위임규정 정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과정에서 외부자의 범위 설정을 둘러싸고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간 이해관계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고납세확정제도를 담보하는 수단'이라는 의미가 있는 세무조정계산서제도가 입법미비로 자격사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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