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제개편안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추진방향을 골격으로 하고 있으나 지난 석달동안 여론수렴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이 일부 추가되거나 삭제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비과세됐던 연금소득의 과세대상으로의 전환과 경정청구기간의 연장방안이 추가되고, 에너지세제개편의 경우 운송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우선 핫이슈로 부각된 에너지세제개편안의 경우 지난달말 예정됐던 공청회가 택시업자들과 장애인단체의 반발로 무산될 정도로 반대여론이 극심한데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안에 포함됨으로써 환경보호와 국제수지개선을 위한 재경부의 의지와 소신이 매우 강함을 엿볼 수 있다.
경유와 LPG에 대한 세율인상은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소유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겠지만 ▲에너지절약을 통한 환경보호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억제를 통한 국제수지개선 ▲환경보호 및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재편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정부는 대신 경유·LPG 세율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장애인·국가유공상이자·버스·택시·화물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데 과연 반발이 무마될 수 있을지 또다른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지 주목된다.
교육세 개편안의 경우, 정부의 공교육 내실화 계획의 지원과 사교육의 공교육으로의 흡수를 위해 교육재정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국민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상으로 공교육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시민단체 등의 사후 감시활동이 요망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조세특례제한법 개편안의 경우, 만성화된 조세감면을 축소·정비한다는 명분에 따라 지난 5월에 폐지를 예고했던 중고설비투자세액공제 등은 이번에 반영됐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폐지는 눈에 띄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세 등의 면제시한을 3년 연장키로 한 것은 농어민보호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반면 기업분사를 위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한 특별부가세 50% 감면규정을 연말로 폐지하는 것은 구조조정촉구측면에서 이해되나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중소기업세제지원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제조업 등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20% 감면규정을 `소기업에 대해서만 10% 감면'으로 축소한 것도 당초 2003년까지 20% 감면될 것으로 믿었던 중소기업입장에서는 서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상속·증여세법의 경우에는 지난 5월 예고됐던 대로 신종변칙증여에 효과적으로 과세당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열거주의방식을 보완, 제한적 포괄주의로 전환한 것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는 열거주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나라 세법 정신에 배치되는 대목이긴 하나 그 적용대상이 현실적으로 재벌 등 고소득층에만 국한된다는 점에서 국민정서와는 부합된다고 하겠다.
소득세법 개정안에서는 카지노에서 얻은 이익도 소득세 과세대상인 기타소득에 포함되도록 했는데, 이는 내국인 이용 카지노가 개장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5월 발표에서는 없었던 것이 이번에 추가됐다.
현재 비과세되고 있는 연금소득을 단계적으로 과세키로 한 것 역시 지난 세제개편방향 발표시에는 없었던 것으로 노령화사회로의 진전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 소득공제가 인정되지 않고 있는 연금불입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허용키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납세편의 및 권익제고 분야의 경우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경정청구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키로 한 것이나 국세환급가산금의 기산일을 신고납부세목의 경우에도 정부부과세목과 같이 `납부일의 다음날'로 변경키로 한 것, 그리고 국세환급금 충당시 고지분 국세의 경우에도 납세자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 등은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대표적인 개선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이외에도 사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던 접대비 신용카드사용 의무화규정을 이번에 약간의 손질(금액기준을 5만원초과로 조정)을 가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사업자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이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당정협의와 세제발전심의위원회의의 논의를 거친 이번 세법개정안은 오는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30일 늦어도 내달 2일까지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