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서둘러 피안역으로 달려가고 있다 긴 한숨으로, 막차였다 딴 길 모르고 삼십여 년 동안 허허벌판을 홀로 달려 온 기차. 기차에게 철로가 아니면 길이 아니다 만날 수 없는 평행선에 세월은 녹슬고 있다 간이역 지나 건널목은 심장을 멈추게 하고, 곡식 없는 들판에 허수아비, 먼저 간 지아비처럼 마음을 쫓아낸다 저녁 어스름 칼바람 엉겨붙어 차가워진 몸, 부동액이 부족해 얼어 가는 팔다리, 종착역을 향하여 열차는 달려간다 열 냥으로 출발하여 하나씩 떨구고 이젠 몸체만 남아 피안 역으로 접어드는 열차 이별을 준비하며 삼베옷 장만하고 앞마당부터 상엿길을 쓸어두었다 아들을 앞세워선 안 된다고, 마침표를 예매한다 예정된 시간, 시간을 밟고 달려온 바퀴는 선로에 멈췄다 그녀의 푸른 기억만이 열차에 오르고 남겨진 生 철로 위를 나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