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깊고 조용한 심장을 가졌나보다 올올이 몸 풀어 실안개 피워내고 아우라지 질긴 물소리를 끌고 있다 세월 한켠에 묻혀 혼자 깊어 가는 것들 낮은 집 처마 밑에 매달린 씨 옥수수가 앞니 빠진 웃음 지으며 몸을 흔든다 폐광 입구 덤불 숲 허물어진 굿막 지날 때 뒷자리 누군가 길게 한숨을 토해낸다 금연경고 무시한 채 뿜어대는 담배연기 수취인 잃은 우편물처럼 객석 위를 떠돈다 (어느새 산도라지를 말아 피웠나?) 저것 봐! 굴참나무 숲이 키우는 아이들 장딴지 위로 꿈틀대며 기어오르는 햇살뱀 열차는 녹슨 철로 곁에 나를 부려놓는다 캔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부려보는데 눈빛 수상한 구절리 꽃나무들 날 세운 가지마다 장약을 품고 새들은 남폿구멍 속에 곰봇대를 밀어 넣는다
아라리의 봄은, 다이너마이트 심장을 가졌나보다 경고 싸이렌도 없이 폭발하여 튀는 파편들 붉은 피가 몰은대 발치까지 뿌려진다 듣거니 맺거니, 아라리 눈물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