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마지막 해인 '99년은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해로 평가해도 좋을 듯싶다. 稅風사건과 北仁川사건 등으로 검게 얼룩진 국세청의 명예와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국세청은 금년 한해동안 換骨奪胎의 몸부림을 쳤다.
뿌리깊은 세정불신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불신·불만 해소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세정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경주했다.
또한 21세기의 선진세정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正道稅政 및 제2의 개청을 선언하고 조세정의실현을 위한 새로운 인적·물적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조세행정의 업무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제도와 인사를 통째로 바꾸는 대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진·보광그룹 세무조사에 대한 외압설이 번져 적지 않은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제2개청과 정도세정
과거 부끄러운 모습 깨끗하게 정화
지난 9월1일 국세청은 換骨奪胎의 자세로 제2의 개청을 선언했다.
국세청 개청이후 33년, 이 땅에 세무서가 생긴 지 73년만의 일이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1.1이 아닌 이 날을 제2의 개청일로 잡은 것은 21세기를 맞기에 앞서 묵은 때를 씻어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세청은 제2의 개청을 계기로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을 모두 떨쳐 버리고 깨끗한 국세청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이러한 정신은 제2의 개청 이념인 正道稅政으로 승화돼 그 세부실천사항에 구구절절이 담겼다.
30여년의 세정철학을 正道稅政이념으로 재정립한 安正男 국세청장은 이례적으로 전국 99개 세무서를 순시하며 正道稅政이념을 전국 1만7천여 국세공무원에게 직접 설파하여 국세공무원의 의식전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국세행정서비스헌장 도입
국세청 스스로 정한 서비스이행표준
국세행정서비스헌장은 20세기 마지막 세정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다.
납세자권리헌장이 납세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인데 비해 국세행정서비스헌장은 납세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국세청 스스로가 규율한 서비스이행표준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서비스헌장 제정을 위해 여러 차례 국세행정서비스헌장심의위원회의를 갖고 경제단체 세무대리단체 조세학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9월1일 제2의 개청과 동시에 국세행정서비스헌장을 선포했다.
납세자보호담당관제 신설
영세납세자 세금문제 해결사 자리매김
安正男 국세청장이 제2의 개청의 야심작으로 내놓은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는 창설의도대로 적중했다.
영세납세자의 세금문제를 해결해 주는 호민관으로서, 조직내의 야당으로서 그리고 무료세무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국세행정 이미지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납세자들은 처음에 징세일변도의 잣대를 가진 국세청이 정말 납세자입장에 서서 세금문제를 해결해줄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시일이 흐르면서 이 제도는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지난 9월1일 제도출범후 이달 9일까지 1백일동안 전국 6개 지방청과 99개 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들은 총 7천4백59건의 세금민원을 처리했는데 그 중 5천8백59건의 민원이 납세자의 입장에서 관철되어 시정률이 80%에 육박하는 놀라운 해결능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종전 마인드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민원까지도 납세자편에 서서 귀기울여 주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상담해 주어 `국세청 조직내의 야당', `무료 세무변호사', `납세자 불만해소처', `영세납세자의 나침반' 등으로 불리며 찬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장과 납세자보호담당관들에게 민원인의 감사편지가 쇄도했고 국세행정에 대한 이미지도 더불어 개선됐다.
지역담당제 폐지
사업자와 세적담당자 유착비리근절
국세행정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온 사업자와 세적담당자간의 유착비리를 없애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지역담당제를 완전히 폐지했다.
지역담당제폐지는 과거 수차례 시도됐었으나 폐지시 과연 세원관리가 되겠느냐는 우려와 일부 국세공무원의 기득권 애착 때문에 폐지를 못했던 `뜨거운 감자'였으나 지난 7월 부가세 확정신고시부터 적용한 결과, 납세자 자진신고실적이 오히려 향상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35개 세무서 통·폐합 조직재정비
매년 조직의 규모를 확장·증설로 일관해 오던 국세청이 금년에는 30년전의 규모로 대폭 축소했다.
35개 세무서를 통·폐합하여 세무서 수를 종전 1백34개에서 99개로 줄이고 중부청과 경인청을 통합, 지방청 수를 종전 7개에서 6개로 축소했다. 통·폐합지역에는 지서를 설치하여 납세자의 불편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1천1백33명의 인력을 절감하여 범정부적인 구조조정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조직축소는 국세공무원의 자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파격적인 조직축소는 가히 혁명적인 조치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개혁인사 단행
조직활력 제고위해 인사정체 풀어
개혁과 안정의 조화라는 기본 바탕위에 분위기 쇄신과 조직의 활력제고를 위한 개혁인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종전 양지에서 활동했던 많은 간부·직원들이 국세청을 떠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어느 해보다 많은 국세공무원이 승진을 했다.
특히 직원인사에서는 조사·법인업무의 성역을 깨고 과·서·청별로 대규모 교류인사가 단행됐으며 우수인력의 지역간 등용과 지역화합을 위한 향피제가 도입됐다.
이같은 개혁인사로 인사정체가 극심하기로 정평이 났던 국세청의 조직신진대사가 크게 활성화 돼 타부처 중간간부들의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