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미만 소액사건 평균 인용률, 20% 내외 그쳐
10억 미만 인용률 50.2% 달해…50억 미만도 39.8%
소액납세자 권리구제 취약…공익세무대리인제도 활성화돼야
지방세 심판청구의 인용률이 청구세액 규모와 청구대리인(세무전문가)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1억원 미만 소액사건의 평균 인용률은 20% 내외에 그친 반면, 10억원 미만 인용률은 50.2%로 크게 벌어졌다. 50억 이상 사건 인용률도 47.4%에 달해 소액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진태·배수진 중앙대 교수는 14일 한국세무사회관에서 열린 한국지방세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지방세불복제도 운용현황 및 개선방안’에서 지방세 불복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방향을 제언했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조세심판원 통계연보 데이터를 활용해 지방세 불복 제도의 운용 현황을 실증 분석한 결과, 청구세액 규모가 클수록 인용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소액 납세자 권리 구제 취약점·전문가 조력 중요성을 시사한다.
청구세액 규모별로 살펴보면, 소액사건의 인용률은 20% 내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1천만원 미만은 평균 인용률이 17.9%로 가장 낮았다. 3천만원 미만 인용률도 21.3%, 1억원 미만은 21.7%에 그쳤다.
반면 5억원 미만은 28.1%로 높아졌으며, 10억원 미만은 평균 인용률 50.2%에 달했다. 50억원 미만 사건의 평균 인용률은 39.8%이었으며, 50억원 이상 초대형 사건 인용률 역시 47.4%로 높은 수준이었다.
김진태·배수진 교수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중심의 10억원 미만 구간은 명백한 과세오류나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인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반면, 복잡한 쟁점 다툼이 있는 중간 규모 사건(10억~50억원 미만)는 다소 보수적 판단이 이뤄진다”고 해석했다.
또한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 조력이 있는 경우 구제 가능성이 높았다. 청구대리인(세무사, 변호사 등)이 있는 사건의 평균 인용률은 27.9%로, 대리인이 없는 사건(17.8%)보다 약 10.1%포인트 높았다.
이는 전문적인 청구대리인이 납세자 구제 가능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반면 대리인이 없는 개인 청구 사건은 법률적 근거 제기가 미흡하거나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인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진태·배수진 교수는 “소액 사건이나 개인 납세자를 위한 무료 조세상담 및 공익세무대리인 제도 등 대리인 지원제도 활성화를 통해 구제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간 인용률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편차가 존재했다. 서울(26.7%)과 제주(26.4%) 등 일부 지역의 인용률이 전국 평균(21.0%)을 상회한 반면, 대전(12.5%), 전남(15.6%) 등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역별 납세자 특성이나 대리인 접근성의 간접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진태·배수진 교수는 실증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세 납세자 권익 보호 기능 제고를 위한 네 가지 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우선 지방세 불복제도에 대한 납세자 접근성 강화다. 지방권 조세심판청의 기능을 '조세불복 상담·대리 지원센터'로 확대하고,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지역별 인용사례 공개, 심리기준 표준화를 통해 실질적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조정절차의 제도화도 역설했다. 쟁점이 복잡한 중간 규모 사건(10억~50억원 미만)에 대한 사전 조정 절차를 마련해 불필요한 장기 심리 및 기각을 방지하고 인용률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납세자가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공익세무대리인 제도의 전국 확대 및 상설화 필요성도 대두됐다. 현재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일부에서 시행중인 공익 세무대리 제도는 한정적 인력으로 인해 실질적 이용률이 낮은 한계가 있다. 또한 조세심판원 결정서와 기각사례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세 관련 불복 통계정보의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청구대리인 여부 등 세부적인 통계 정보 공시를 확대해 실증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태·배수진 교수는 “조세심판 제도는 형식적으로 전국 단일기구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에도 인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요인은 여전히 지역, 경제적 규모, 법률전문가 접근성과 같은 외생 변수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조세불복 제도의 개선 방향은 단순히 절차의 신속성이나 법령 정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접근성·형평성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지방권 납세자를 위한 현장 중심 지원체계 강화, 중간규모 사건의 전문심판 인프라 확충, 청구대리인 제도의 공공성 확대와 무료 법률 조력의 제도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상권 교수 "재조사 결정은 구제효과 낮아…인용 결정의 '질적 구분' 병행해야"
윤현준 전문위원 "접근성·형평성 중심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에 공감"
토론자들은 신속 공정하고 접근성 높은 지방세 불복제도 구축을 위해 단계적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상권 남서울대 교수는 “인용률 상승은 납세자 권리 구제 강화일 수도 있지만 과세관청의 소송 위험 회피를 위한 전략적 ‘일부 인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인용률 상승=제도 개선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용 결정 중 ‘재조사 결정’과 ‘재조사 외 인용’의 성격 차이가 실질적 구제의 정도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인용 결정의 ‘질적 구분’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재조사’는 실제 구제효과가 낮은 만큼 ‘재조사’와 ‘재조사 외 인용’ 비율을 분리해 실제 구제인지 절차적 보완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분인용률(일부 인용 포함)은 조세심판의 조정기능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대형 사건일수록 대리인의 개입효과가 커진다”는 분석 결과는 공시의 질과 양의 확대가 향후 불복제도의 개선 방안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세불복 절차의 구조적 개편이나 법령 개정이 수반되는 사항들은 중장기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부권 조세심판원 지원을 설치해 해당 권역 지방세 불복을 전담 처리해 보는 시범을 운영하고 그 성과에 따라 전국 확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현준 한국지방세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대규모 기획소송(심판)이 급증하면서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진 대규모 기획 세무조사 사건들이 연달아 인용결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지방세 인용률이 51%까지 높아진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지방세의 특성상 하나의 사건이 다른 파생사건을 도출하고 여러 자치단체에 파급력을 미치면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며 접근성, 형평성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발제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조세심판원이 실질적인 심판 기능을 수행하도록 조세심판관 회의 의결방식 개선과 합동회의 심리 요청권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