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조3천776억원으로 역대 최고
국세청이 지난해 다국적기업, 고소득자가 해외 법인·계좌를 이용해 소득을 빼돌리는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부과한 세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1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5년간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999건 착수해 세금 6조7천178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외탈세로 최근 5년 평균 1조3천435억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셈이다.
역외탈세 조사 건수는 2020년 192건에서 지난해 208건으로 매년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추징세액 역시 2020년 1조2천837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조3천77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사 1건당 평균 2개월 가량이 소요돼 한 해에 수행할 수 있는 조사 건수와 규모는 제한적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세법 전문가의 조력 등으로 역외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기간 적발된 다국적기업의 주요 탈세 유형은 △이전가격 조작 △고정사업장 회피 △무형자산 무상이전 △원천징수 회피 등이다.
이전가격 조작의 경우 다국적기업의 국내법인이 코로나19로 제품 수요가 급증하자 해외 관계사에 국내보다 싸게 팔아 이익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실제 배당을 받은 해외 중간지주사가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 모회사가 배당을 받은 것처럼 꾸며 세금을 줄인 정황도 드러났다.
고정사업장 회피는 다국적기업이 외견상으로는 주요 사업기능을 외국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국내 자회사들에 기능을 분산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도 과세를 회피한 경우가 적발됐다.
무형자산 무상이전의 경우 다국적기업의 국내 법인이 수행하던 판매 기능과 고객 계약을 해외 관계사에 무상으로 넘겨, 국내 법인은 매출이 급감한 반면 해외 법인은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원천징수 회피는 다국적기업이 자사 국내 법인의 이익이 급증하자 형식적으로 단순 판매업자로 전환하고 막대한 수입대금을 해외 관계사로 이전한 경우가 적발됐다. 해당 국내 법인은 상표권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서도 국외로 소득을 빼돌려 원천징수세액과 법인세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래 의원은 “다국적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는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국제 공조 강화와 조사역량 확충 등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