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22. (화)

관세

'총성 없는 전쟁터' 구한말 조선해관으로 시간여행

관세동우회, 제7회 관세발전포럼서 패터슨 교수 초청 '조선해관 역사' 강연

초대 부산해관장 부임한 로버트 일화 통해 긴박했던 조선 주권과 외교전 묘사

 

 

 

구한말 당시 조선해관의 숨겨진 역사를 통해 총성 없는 전쟁터였던 당시 세관의 생생한 현장을 복기하는 뜻깊은 강연회가 열렸다.

 

관세발전포럼(회장·김기영)과 한국세관역사연구회(회장·이대복)는 22일 오후 3시 서울세관 10층 대강당에서 제7회 관세발전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관세동우회(회장·정운기)의 후원 속에 웨인 패터슨 교수의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장에는 고석진 서울세관장, 정운기 관세동우회장, 김기영 관세발전포럼 회장, 이대복 한국세관역사연구회장(전 관세청 차장)을 비롯해 각 단체 회원, 서울세관 직원, 역사 애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자인 웨인 패터슨 박사는 미국 St. Norbert College 명예교수로,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동아시아 근대사와 구한말 조선인 미국 이민사 분야의 권위자다. 조선해관 연구 분야에서는 In the Service of His Korean Majesty: William Nelson Lovatt, the Pusan Customs, and Sino-Korean Relations, 1876–1888 등의 저작을 통해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번 강연은 개항기 조선해관의 기원과 유산, 그리고 초대 부산해관장 로버트의 발자취와 숨겨진 일화를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로, 특히 패터슨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에서 로버트의 친척 여성으로부터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편지를 바탕으로 당시의 생생한 역사를 복원했다.

 

패터슨 박사가 전한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한 로버트는 1883년 조선 초대 부산해관장으로 부임해 3년여 근무하며, 청나라 해관총세무사 하트가 조선해관을 청해관 체제로 편입하려던 비밀 계획을 간파했다.

 

해고 위기에 몰리자 그는 외교관들에게 하트의 비밀계획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며 협상을 벌였고, 그 결과 6천 달러의 거액 퇴직금, 청해관 복귀 제안, 장기 유급휴가와 추천서 등 파격적인 조건을 얻어내며 명예롭게 물러났다.

 

그의 치밀한 심리전은 단순한 개인적 생존을 넘어 조선해관의 청해관 편입을 지연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며, 패터슨 교수는 강연에서 이 과정을 “조선 주권의 경계에서 벌어진 총성 없는 외교전”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어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라인호 한국세관역사연구회 부회장의 매끄러운 순차 통역과 상세한 해설로 참석자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강연에 참석한 서울세관 직원은 “세관 업무가 국가 주권과 외교의 최전선이었다는 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일반인 역사 애호가는 “하트와 로버트의 치열한 심리전을 들으며, 역사의 긴장감과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한편, 강연 후에는 서울세관 1층 관세박물관 관람이 이어졌다.

 

서울세관 학예사의 전문적인 안내로 세관 유물과 기록을 살펴보며, 140여년전 로버트가 근무했던 시대로 떠나는 생생한 시간여행을 경험했으며,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문서·유물·도장과 장비·개항기 무역의 흔적들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관세발전포럼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세관역사연구회와 함께 조선해관과 한국 근대세관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강연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