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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30. (화)

내국세

"20년 넘게 세율 그대로, 稅부담 구조 왜곡…물가연동제 도입해야"

한국세무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개최

원윤희 전 서울시립대 총장, 바람직한 세제 개편 제언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금액 조정, 정책 목표와 상충 지적

 

 

상속세 등의 각종 공제금액이 20년 넘게 동결되고 기준금액도 장기간 미조정된데 따라 세금 부담구조가 왜곡되고 있어,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왜곡효과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윤희 전 서울시립대 총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13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세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세정책 관점과 주요 과제별 개편방향' 발표를 통해 각 세제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을 진단했다.


우선 근로소득자 기부금은 소득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기부금은 공익을 위해 자신의 소비능력(소득)을 희생하는 것으로, 사업소득자·법인은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공제하고 있어 현재의 기형적인 모습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소득공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근로소득자에 대한 기부금 특별소득공제는 2014년 세액공제로 전환됐다.

 

생활과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적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의료비는 성형·1인실 이용 같은 소비적 지출은 제외하고, 경제활동 능력 회복 목적 의료비는 소득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보험료도 자동차 책임보험과 같이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법령으로 의무화돼 있는 경우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공적교육기관의 등록금 등 교육비도 소득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득세·상속세 등은 누진세율과 과표구간 상승효과에 따라 부담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물가연동제 도입을 강조했다. 각종 공제금액이나 기준금액의 장기 미조정도 부담구조 왜곡의 원인으로 꼽았다. 

 

원 전 총장은 "물가상승과 명목소득·자산가치 변화가 납세자와 정부간, 소득계층간, 소득유형간에 서로 다른 세부담 효과를 야기함으로써 조세부담의 수평적·수직적 공평을 저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상승에 따른 관련 최저경비를 세액계산에 반영하지 못해 조세부담의 빠른 증가와 소득계층간 부담구조에도 왜곡이 초래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상속세 세율구조는 2000년 높은 과표구간 기준금액을 하향조정하고 세율을 인상한 이래 24년간 조정되고 있지 않다. 상속세 과세표준과 기초공제액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사망자 대비 상속세를 내는 비율은 2000년 0.6%에서 2022년 5.2%로 9배 이상 늘었다.

 

종합소득세 세율구조는 2008년 개정 이래 고소득 구간을 신설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 일부 개편을 제외하고는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양도소득세 기본공제액은 1996년 250만원, 상속세 기초공제액은 1997년 2억원, 소득세 기본공제액은 2009년 150만원으로 조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등 세법상의 많은 공제액이 장기간 미조정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소득세와 상속세 등의 과표구간을 조정함으로써 수직적 공평의 왜곡효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 전 총장은 과표구간에 대한 물가연동제 도입이 면세자 비율을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도입 자체로 빠르게 증가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물가상승에 따라 명목소득도 같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다. 그러면서 면세자 비율은 과표구간 만이 아니라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 요인들과 함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비율 등 소득 파악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도 덧붙였다.

 

부동산세제와 관련해선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정책목표 추진을 위해 지나치게 빈번하고 경기 대응적인 재량적 정책수단으로보다는 대부분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재산에 대한 과세로서 안정적 세제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속세제는 시급한 개편을 주장했다. 그는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상속세제가 매우 무겁고, 특히 최근 들어 매우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 그리고 징수되는 세수에 비해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각종 절세와 탈세행위들로 인해 야기되는 비효율의 크기는 매우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시급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의 조정문제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원 전 총장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문제는 단순히 영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부담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유지돼 온 정책목표 즉 세금계산서 수취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자영업자의 거래투명성 강화라는 목표와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물론 소득세, 더 나아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의 과세 및 부담체계 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이과세자의 과세정상화 노력은 국세정보 체계가 고도화되는 것에 맞춰 일반 사업자의 납세협력의무를 줄여가는 것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담금 제도 정비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부담금 수입이 대부분 각 부처가 관리하는 특별회계가 기금에 귀속 운영됨으로써 칸막이 재정 운영에 따른 경직성이나 비효율을 야기하고, 납세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도 미비한 점이 많은 것으로 비판돼 왔다"며 "미흡한 납세자 권리보호 노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2년말 기준 부담금은 총 91개이며, 전체 수입은 22조4천억원으로서 2002년 102개 7조4천억원과 비교하면 부담금 수는 다소 감소했지만 수입은 3배 이상 크게 확대됐다.


국세와 지방세간의 중복과세 금지원칙의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세와 지방세 간의 중복과세 금지원칙의 엄격한 적용은 자치단체의 신세원 개발 노력을 저해하고 있고, 국세와 과세대상이 중복되지 않게 과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과세자주권 확대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에 외부효과를 야기하거나 지역적인 성격이 강한 세원에 대해서는 해당 자치단체가 과세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현재 레저세는 경마나 경정 등 사행행위만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골프장이나 스키장 등 레저시설, 콘도나 호텔 등 숙박시설 등 지역적인 성격이 강하며 레저 관련 시설 이용·입장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원 전 총장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평가 기준에서 볼 때 조세개편 정책효과는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세의 정책효과에 대한 엄밀하고 다양한 시각에서의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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