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장기화 땐 세수 감소·부정적 외부효과 높아질 수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유류세 인하 결정체계 마련해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출구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류세 한시 인하(37%)조치를 내년 4월말까지 연장한 가운데 휘발유 인하 폭은 내년부터 25%로 축소한다.
이와 관련, 유류세 인하는 최대한의 폭으로 단기간(6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물가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개월 이내에 인하 효과가 최고조에 이르고 감소하기 시작해 시행 1년이 넘어가면 물가안정 효과가 거의 없고 세수 감소 뿐만 아니라 부정적 외부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고유가에 따른 물가대응정책 동향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류세 인하 시점, 기간, 규모 등 주요 정책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통상 국제 유가 변동 등을 고려해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물가관계장관회의(또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시점, 연장, 인하폭 조정 등 정책적 결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크게 치솟자 같은 해 11월 유류세 20% 인하를 시작으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할당관세 인하, 비축유 공동방출,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사업 확대 등 원유가격 상승에 대한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고유가 대응정책 중에서 핵심은 ’유류세 인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기준세율(시행령 기준) 대비 20% 인하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 법정한도인 37%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폭을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및 개별소비세법을 개정해 최고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상향하고 추가적인 세율 조정을 통해 유류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유류세 인하는 유류제품의 최종가격에 직접적이고 단기간 내에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화물수송차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보조금 또는 바우처 지급에 비해 행정적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 외에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장기화·상시화를 경계했다.
유류세 자체가 갖고 있는 교정적 조세 역할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류세는 유류 소비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나 교통혼잡과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저감시켜 최종 소비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 유류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비중 자체가 타 국가와 비교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의 유류세 인하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추세의 환경적 가치에도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외에도 소득수준이 높거나 유류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역진성의 문제, 유통과정 문제로 유류세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가격 반영이 즉시 이뤄지지 않거나 인하폭 역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 등도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유류세 인하 도입시점은 유럽 및 미국에 비해 선제적이었으나, 초기 대응시의 인하 규모(최초 20%)와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출구전략과 또다시 고유가 사이클이 오게 되면 인하시점과 폭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해답으로 일본과 호주의 자동세율조정장치 운영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현재 동결조치했으나 일반휘발유 소매가가 일정 기준(3개월 연속 기준)을 넘어서면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일정 기준을 다시 하회하면 특례세율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호주는 매년 정기적(통상 연2회)으로 소비자물가에 맞춰 유류세율을 변동시키는 지수화를 시행하고 물가상황에 연동해 유류세율을 변동시키는 유연한 유류세 체계를 2014년 재도입해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