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상속권한 없이 23년간 사실혼 동거인이 받은 금전…보상성격의 '위자료'
사실혼 관계자가 사망을 앞두고 동거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했다면 이는 증여가 아닌 위자료로 봐야 한다는 심판결정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건강 악화로 사망이 우려되자 사실혼 관계를 맺어온 이에게 정신적·물질적 보상의 대가로 금전을 준 데 대해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과세한 것은 잘못이라는 심판결정문을 최근 공개했다.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가 아니면 상속받을 권리가 없는 현실에서, 사실혼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보상적 성격의 금전은 위자료에 해당한다는 진일보된 심판결정이라는 평가다.
조세심판원이 공개한 심판결정문에 따르면, 청구인 A(女) 씨는 B씨와 1989년 사업동업자로 만난 후 2년 뒤인 1991년 1월부터 B씨가 사망한 2014년까지 23년간 사실혼 관계를 이어왔다.
A 씨는 주민등록상 B씨와 주소를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B씨의 자녀 4명과 A씨의 자녀 1명 등이 함께 거주하면서 부부로서 가족들의 대소사에 함께 참여했으며, B씨 또한 A씨의 은행계좌에 매월 생활비를 입금하는 등 부부 및 가족공동체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B씨는 2000년 초반부터 심한 당뇨를 앓다가 2012년경 간암 선고에 이어 결국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자, 자신이 운영하던 오락실의 보증금과 시설금액을 A 씨에게 넘기는 사업포괄양도를 작성한지 3개월 뒤인 2014년 7월 사망했다.
과세관청은 2020년 7월 A씨에 대한 증여세 조사를 통해 쟁점오락실을 B씨로부터 양수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증여분 증여세 및 가산세 등을 결정·고지했다.
이에 반발한 A 씨는 쟁점 오락실의 보증금과 시설금액은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위자료에 해당하기에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님을 강변하며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다.
조세심판원 또한 A씨의 손을 들어줘 “고인인 B씨는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며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가 있지 않은 A씨가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는 점을 우려해 정신적·물질적 보상의 대가로 쟁점금액을 준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쟁점금액을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과세관청의 처분을 취소토록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