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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5.12. (수)

[이사람]9급 세관공무원은 어떻게 관세 전문 변호사가 됐나?

김민정 관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세관 출신 자부심…현장경험 매우 큰 자산"

18회 관세사시험 최연소 합격→9급 관세공무원→51회 사시 합격 이력 눈길

7년간 정부법무공단 근무…다국적 주류기업 5천억원대 관세소송서 관세청 대리 맡기도

'몰라서' 저지른 일반인 생계형 범죄 안타까워…세관조사 받는 범죄 관련 책 집필 중 

 

인천본부세관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세관이다. 세관공무원 5천명 중 2천여명이 인천세관에서 근무한다. 인천세관 곳곳을 누비던 세관공무원이 어느 날 사시에 합격하자 모두가 놀랐다. 9급 세관공무원으로 출발해 관세전문 변호사가 된 김민정 관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이야기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관세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김민정 변호사는 누구보다도 세관 출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어느덧 20여년째 관세 분야에서 일해 온 그는 5천억원대 다국적기업 관세포탈 사건에서 관세청 소송대리를 맡았고, 국세·지방세·관세 전 분야의 심의의원회 위원으로 활약하는 등 공인된 전문가가 됐다. 눈부신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킨 김민정 변호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는 어디로 향할지 들어봤다.

 

 

-이력이 독보적이다. 관세청 출신 변호사가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국어를 너무 좋아해서 국문과를 갔는데, 문학보다는 논설문을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을 설득하는 명문을 읽으면 가슴이 뛰곤 했다. 법대 가서 수업을 들었더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있더라. ‘법이 이런 거구나’라고 그때 느꼈다.

 

당시 사법시험을 바로 준비하기에는 여건이 어려웠는데, 관세사 시험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역학개론 강의를 들으면서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관심도 있었다. 여성으로서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고, 역동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관세사 시험과목을 살펴 보니 법 과목도 있고 흥미로웠다.”

 

-그렇게 제18회 관세사시험에서 최연소 합격을 하고, 다시 9급 공무원 시험을 봤다.

 

“재학 중에 합격해 만 21세였다. 연수를 받으면서 지도 관세사님이 ‘아직 나이가 어려서 세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바로 7급 시험을 준비하려다 국가공무원 관세직 9급 시험 일정이 있어서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2003년 인천세관에 첫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했다.”

 

-세관공무원 생활은 어땠나? 다시 사법시험을 준비한 이유는?

 

“공항 내부가 너무 복잡해서 처음엔 길을 헤맸다. 세관공무원으로서의 생활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사실 몸이 힘들긴 했다. 지금도 세관에서는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데, 종일 일하고 이틀 쉬는 식이다. 업무 강도도 그렇고 민원인이 힘들게 하기도 한다. 밤샘 근무를 하다보니 동료간 유대가 각별했다. 지금도 법조인 친구들보다는 세관공무원 친구들과 더 가깝고 끈끈하게 지낸다.

 

사시는 대학 때부터 꿈을 키웠다. 법대 수업을 들으면서 적성에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시험 응시에 필요한 학점도 미리 이수해 놨다. 언젠가는 사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관공무원이 되고 나니 24시간 일하고 이틀 쉬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사시 전에는 7급 시험을 봤다. 이때 준비했던 헌법, 행정법은 사시에서도 도움이 됐다. 납세심사과에서 근무할 때 최종적으로 사시에 합격했다. 일하면서 합격한 경우는 특이한 케이스라 주변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당시 세관장님도 직접 격려해 주셨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7년간 정부법무공단에서 일했다.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모 기업의 5천억원대 관세소송에서 관세청 대리를 맡기도 했는데.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과 관련된 관세평가가 쟁점이 된 행정소송이었다. 국세청이든 관세청이든 소송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법률적 지식이 뛰어나고 직접 수행도 많이 한다. 그런데 쟁점이 복잡하거나 법리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면 공단에 의뢰하는 것이다. 공단에서는 조세팀, 관세팀에 있었고 내국세, 지방세, 관세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일반 로펌이었다면 그렇게 큰 사건들을 못 경험했을 것 같다.

 

근무하며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에서 5년만에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실력도 그렇고 의뢰인에게 신뢰를 줄 필요성도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국세공무원, 판·검사 등 각각의 전문직역을 가진 동기들과 토론했던 과정은 사건을 수행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관세’ 한 우물 20년…세관조사·형사소송 전문

“전자상거래 시대,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 상담 활용해야”

 

2019년 7월, 김 변호사는 공단에서 독립해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관세법률사무소는 당당하게 ‘관세’를 전면에 내걸었다. 한 분야에 제대로 집중하겠다는 김 변호사의 소신과 의뢰인에 대한 다짐이 담긴 이름이다. 

 

김 변호사는 “그때그때 이익을 좇아 다른 사건도 하면서 관세에 집중하지 않을까 봐 정한 스스로의 약속이기도 하고, 의뢰인에게 보다 신뢰를 주려는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관세법률사무소는 세관조사 및 검찰조사와 형사소송을 전문으로 관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관세법률사무소의 차별화된 점을 소개해 달라.

 

“관세전문 변호사이자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세관조사, 검찰조사, 형사소송을 전문으로 한다. 관세 부과처분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많이 의뢰 받는다. 품목분류사전심사나 원산지 사전확인제도를 이용해 형사처벌 및 관세부과처분으로 인한 과도한 추징이 이뤄지지 않도록 미리 컨설팅하는 역할도 업무영역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작년에는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난리였다. 수출은 관세가 없는 데도 이를 모르고 신고를 하지 않은 밀수출죄 사건이 많았다. “세금을 안 낸 것도 아닌데 왜 처벌하나”라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관세법은 무신고에 대해 통관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무겁게 처벌한다. 법리를 따져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끈 사건들이 다수 있다.”

 

-현재 내국세·지방세·관세 전 분야의 심의위원도 맡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를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심의를 하며 느끼는 점은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 자문만 미리 받았어도 억울하지 않았을 사건이 많다. 세무사, 세무서장님들이 ‘상담료 아끼려다가 이런 상황이 됐다’며 안타까워하셔도 어쩔 수가 없다. 국세도 복잡하지만 관세는 더하다. 통관 물품에는 관세법만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빨대 컵 같은 포장용기도 식품처럼 식약청장에게 별도의 수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간과했다가는 막대한 과징금을 추징당한다.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을 위반한 형사처벌도 따른다.

 

품목마다 식품위생법,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지적재산권보호법, 대외무역법, 화학물질관리법, 전파법 등 통관시 갖춰야 할 요건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상품을 통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이에 대한 계약서와 자문서를 보관하기만 해도 책임 소지가 줄어든다. 관세청의 품목분류사전심사제도, 원산지표시 사전확인제도를 적극 활용해 세관으로부터 미리 회신을 받아두는 것도 추천한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일반인들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늘었다. 전형적인 밀수꾼, 관세포탈범과 달리 ‘몰라서’가 대부분이라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책 ‘세관조사와 관세형사법(가제)’을 쓰고 있다. 세관조사를 받게 되는 모든 범죄를 다루는 책이다. 2019~2020년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가르친 강의안을 토대로 내용을 구성했다. 작년 11월에는 관세 주무 법원인 인천지방법원에서 판사들을 대상으로 같은 주제로 강의하기도 했다. 준비 중인 책은 전문 서적이지만, 일반 국민이 관세법 위반 등으로 불의의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해외직구·구매대행에 관한 내용도 쉽게 풀어썼다.”

 

-김 변호사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생길 것 같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변호사들도 자기 전문 분야를 굉장히 갖고 싶어한다. 처음에 9급 공무원으로 일할 때는 위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때의 현장 경험이 매우 큰 자산이 됐다고 느낀다. 출국장에서 일했고, 민원인도 상대하고, 면세, 반송, 외국환 신고, 수입통관도 직접 경험했다. 특송통관과에서 대마초도 적발해 봤고, 납세심사과에서 사후심사도 했다. 사복 경찰로 무전기를 들고 다니는 ‘로버’ 시스템도 겪어 보니 실무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이 있고,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더 풍부한 자문을 해줄 수 있게 됐다.

 

여건이 어려워서 좀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목표를 잊지 않으면 결국 이어진다. ‘차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엔 사시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관세사에 먼저 도전했더니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관세를 공부한다. 내국세, 지방세 등 다른 분야와 연결시켜서 공통점·차이점은 뭔지, 쟁점이 무엇인지 관세를 더 제대로 다루게 됐다. 세관 출신 현장 경험을 살려 끝까지 관세에 집중하고 싶다.”  

 

[김민정 변호사 프로필]

 

▷1979년 ▷전남대 국문학과 ▷관세사(18회) ▷인천세관(7·9급) ▷사법시험 합격(51회) ▷정부법무공단(2012~2019) ▷서울시립대 세무학 석·박사 ▷대한변협 인증 관세법·형사법 전문 변호사 ▷경희대 법무대학원 조세법학과 외래교수(관세법론, 관세형사법) ▷관세청 법인심사대상선정심의위원회·관세평가자문위원회 위원(現) ▷관세평가분류원 관세평가협의회 위원(現)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現) ▷관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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