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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1. (목)

주류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 "온라인 유통 허용해야 한다"

●‘종량세’ 도입후 전환기 맞은 한국수제맥주협회 박정진 회장 인터뷰

 

"종량세 전환 환영하지만 가격에만 초점 맞춘 방향으로 흘러 걱정" 
"절차상 문제로 신제품 출시 지연되면 판매시기를 놓치는 경우까지 발생"
"온라인 판매 허용되면 소비자는 다양한 맥주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어"

 

올해 주류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축포가 터져나왔다. 일반적인 상업맥주보다 품질 대비 과세부담이 컸던 국산 수제맥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국산 수제맥주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역색이 살아있는 상징과 특산물을 활용해 고유한 개성을 부각시킨다. 막걸리에 이어 국산 수제맥주도 ‘전통을 담는다’고 말할 수 있는, 바야흐로 'K-Beer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5년내 4천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제맥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한국수제맥주협회도 이같은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2003년 전신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로 창립, 2017년 개명을 거쳐 주세 관련법 개정과 국내 수제맥주 문화 확산 등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협회장으로 새로 취임한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지난 3년간 협회 부회장으로서 대정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현재 진주햄과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 회장은 “종량세 전환에 안주하지 않고, 온라인 유통 허용 등 관련 지원을 요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에게 수제맥주 업계의 현황과 당면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수제맥주’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나?

"다양한 정의 방법이 있겠지만 2018년 한국수제맥주협회에서는 회원사의 자격에 관한 정의를 '소규모(연간 1만kl 미만 생산), 독립성(주류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의 지분율 33% 이하), 지역성(국내생산 비율 80% 이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 Brewers Association이 규정한 크래프트 비어의 정의인 '소규모이고 독립적인 양조자'를 참고해 협회 회원사들의 협의를 거쳐 제정된 것으로, '소규모로 개성있고 맛있는 맥주를 양조하되 거대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크래프트 맥주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법 개정으로 주류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습니다. 과세체계 개편이 수제맥주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종량세는 업계의 숙원이었기에 기본적으로는 종량세 전환을 매우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수제맥주 업계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데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제조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종가세 체계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종량세 전환으로 고품질의 맥주를 위한 투자가 더 높은 세금으로 연결되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다양하고 품질 좋은 수제맥주를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종량세 전환 이후 몇몇 수제맥주 업체들은 통상 비싼 가격 때문에 세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홉, 과일 같은 재료들을 듬뿍 넣은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는데, 종량세 도입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크게 늘어난 좋은 예라 생각합니다.

 

또한 마트·편의점 등 소매 채널에서의 주세가 대폭 하락하면서 수제맥주 업체들이 소비자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수제맥주가 대중화돼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종량세의 본질은 ‘합리적인 과세체계를 통해 더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부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움직임이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춰 대중화를 이루는 것은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겠지만 이같은 변화가 너무 한 방향으로만 빠르게 일어난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수제맥주 업체 대부분은 아직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만원에 4캔’과 같은 가격 할인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걱정입니다."

 

□현재 국내에 ‘수제맥주’를 만드는 곳은 총 몇 군데가 있습니까?

"2014년 54개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면허 수가 최근 몇년간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160개 수제맥주 제조면허가 발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업체가 여러 개의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있어 수제맥주 회사는 약 120~130곳 정도로 추정됩니다."

 

□수제맥주 업계의 ‘제조’ 관련 애로사항은?

"맥주를 출시하려면 주류를 관리하는 국세청·식약처에 서류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적절한 절차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기간이 5~6주 가량 소요돼 너무 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제맥주의 경우 다양한 제철 재료 등을 활용해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절차상의 문제로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면 판매시기를 놓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수제맥주 업체 수와 각 브루어리들의 신제품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절차의 지연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 혹은 선별적·사후적인 행정절차를 통해 맥주를 만들어놓고도 판매가 지연되는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꾸준히 건의해 왔습니다."

 

□업계의 ‘유통’ 관련 애로사항은 어떤 것인가요?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의 95% 이상은 펍·음식점 등에 생맥주를 판매하는 것에 전적으로 매출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 방문·수요가 사라지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협회 추산 전년대비 50%~90%까지 매출 하락이 이루어지고 있어 영세한 규모의 수제맥주 업체들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협회에서는 수제맥주 업체들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지난 수년간 요청해 왔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업계에서는 요구가 더욱 거세진 상황입니다.

 

접촉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언택트 소비가 일반화됐고, 로켓배송·새벽배송 등 온라인거래·배송 시스템이 선진화된 한국에서 유독 주류만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일부 ‘지역특산주’의 온라인 판매를 통해 대부분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이 주류를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정부 당국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온라인 판매 허용은 언제든 실행 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를 우선적으로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소비자들은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 지방 특산물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양조한 다양한 맥주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마트·편의점 입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업체들은 규모·자본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와 맛,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제맥주 업계의 많은 자영업자 분들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정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국산 수제맥주가 세계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할 만큼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푸드테크의 발전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유통과정에 적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스템도 거론됩니다. 수제맥주만의 경쟁력을 소개한다면?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성’입니다. 지금도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수백 종의 맥주가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맥주의 맛은 거의 유사한 ‘라거’들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수제맥주 업체들은 업체마다 최소 5~6가지에서 많게는 수십 종의 맥주 스타일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지역특산물이나 제철 과일 등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맥주들을 양조해 냅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들의 핵심 DNA로서, 천편일률적인 맛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점점 더 소구해 나갈 것이라 판단합니다.

 

또 다른 경쟁력은 ‘신선함’입니다. 지난 수년 간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수입맥주들은 해외에서 생산된다는 특성 상 생산 이후 최소 3~6개월은 돼야 소비자의 손에 도달합니다.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갓 담은 신선함을 유지한 맥주가 더 맛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국내 수제맥주업체들 맥주는 빠르면 일주일 내로 소비자들이 맛보실 수 있습니다. 신선함 면에 있어서 수입맥주와는 비교 불가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협회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회무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의 위기가 닥친 회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 온라인 판매 허용, 주세의 경감·유예 등의 검토를 긴급 건의했습니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협의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다음은 수제맥주협회의 외연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지난 3년 간 협회 회원사는 꾸준히 증가해 업계 총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들이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회원사 수는 전체 업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 유일의 협회로서 대표성을 강화하려면 추가적인 외연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회원사를 유치하기 위해 제일 좋은 전략은 협회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원사들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누리게 함으로써 협회에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회원사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대정부 기능 강화, 수제맥주 문화의 확산 등 다양한 일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끝으로 한국수제맥주협회의 현황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협회에는 전국 30개(면허기준 50개)의 수제맥주업체가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맥주장비제조·금융·맥주전문언론 등 17개 업체는 준회원으로서 협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직선 투표로 선출한 회장·부회장 이외에 8명의 이사회 구성원 및 2명의 감사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해 주요 사항에 대해 집단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지난 수년간 협회는 회원사인 각 브루어리 간의 활발한 교류를 장려해 경쟁자가 아닌 업계의 동반자로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제공해 왔습니다. 주세법 개정·업계 애로사항 전달 등 대정부 소통창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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