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靑龍)은 올해 최고 영화로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을 선택했다.
'내부자들'은 25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나홍진 감독의 '곡성',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준익 감독의 '동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을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의외라고 볼 수밖에 없는 '내부자들'의 이번 수상은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부패한 정치·경제·언론 권력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무시한 채 나라를 어지럽히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이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공명(共鳴)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병헌은 남우주연상에 대한 소감을 말하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이 영화의 묘사가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너무 극적으로 몰고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영화를 뛰어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병헌이 언급한 부분들 때문에 개봉 당시 '내부자들'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자극만 쫓아가는 과장된 사회 묘사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대통령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고 그 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면서 '내부자들'은 재소환됐고, 각 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비하면 '내부자들'의 묘사는 약하면 약했지 과장은 아니라는 언급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청룡이 영화적으로 뛰어났던 경쟁작들 대신 '내부자들'을 선택한 것을 두고, 영화계가 사회 권력층을 향해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언젠든지 '내부자들'과 같이 권력층을 비판한 작품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고, 또 이런 작품을 지지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영화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