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5차 심리가 27일 열린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두 아들 간의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결정 짓는 것은 물론 검찰이 의혹을 품고있는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비자금 조성의 최종 책임자를 가리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날 심리를 통해 지난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정신감정을 거부한 채 퇴원한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등 진행 방향과 관련해 양측 변호인 의견을 듣고 추가 심리 기일을 잡을 예정이다.
앞서 법원은 입원을 통한 감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지난 14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진료기록을 감정해 줄 것을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의뢰했다. 이어 지난 15일 롯데그룹 의무실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그간의 의무기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롯데그룹 측은 지난 23일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에 남은 신 총괄회장의 예전 진료기록과 지난달 서울대병원에 정신감정을 위해 사흘간 입원했을 당시의 진료 내용을 토대로 정신감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문 결과에 따라 법원이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촉탁한 방식의 정신감정을 통해 후견인 지정 여부를 정할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다음달 중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과거 진료기록 내역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이어갈 경우 더 지체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지정할 경우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당장 한일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 대표 자리부터 위태로워진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신동빈 회장이 정신건강 논란이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면으로 진행됐다는 이유로 지난 1월 광윤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광윤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사실상 '0'에 가까워져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공언한 '무한주총' 등 장기전 전략은 무위로 돌아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된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 소송에서도 패소할 공산이 크다.
일본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이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 대해 명확한 인지를 하고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해야 본격적으로 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며 무기한 연기를 시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년후견인 지정 소송은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신 전 부회장에서 큰 악재가 될 수도 있지만 검찰의 칼 끝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만큼 신 회장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라며 "예상 밖의 변수가 없었던 신 전 부회장 측이 핀치에 몰린 신 회장을 향해 카운터 펀치를 날릴 무언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각에선 아버지의 정신건강을 놓고 법적인 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여론 악화와 롯데그룹 창업주가 정신건강 이상으로 퇴임했다는 오명이 남을수도 있다는 부담 등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 측에서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