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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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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귀화 불발' 에루페, 청양군청과 4년 재계약

한국 귀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 에루페(28)가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에루페는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0일 오후 충남 청양군청에서 청양군청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4년으로 청양군청은 계약금과 훈련비를 포함해 6만 달러(약 7000만원)의 연봉을 에루페에게 지원한다.

지난해 6월 청양군청에 입단한 에루페는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에루페의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처음 입단 시에는 한국 귀화가 안되면 추가계약을 안하기로 했었다"면서도 "에루페가 지난 1년간 청양군청 마크를 달고 상당히 좋은 활약을 했기에 귀화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루페의 의지도 강했다. 귀화는 안됐지만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했다"며 "청양군청 쪽에서도 침체된 한국 마라톤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나섰다"고 덧붙였다.

에루페는 지난 3월 청양군청 유니폼을 입고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록한 2시간5분13초는 국내에서 나온 마라톤 기록 중 가장 빨랐다. 지난 2000년 이봉주(은퇴)가 수립한 한국 신기록(2시간7분20초)보다 2분 이상 빨랐다.

서울국제마라톤 통산 3회 우승 경력의 에루페는 한국 귀화를 추진, 태극마크를 노렸으나 대한체육회의 심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2012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EPO(Erythropoietin·에포)가 검출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를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됐다.

에루페는 "말리라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이라고 해명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심의 끝에 특별귀화 추천을 않기로 결정했다.

오 교수는 "에루페의 귀화 추진을 두고 '올림픽 용'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재계약으로 그런 불신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태극마크를 노리던 에루페는 케냐에서도 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이라는 점과 출신 민족 때문이었다.

오 교수는 "에루페는 금년도 케냐 마라톤 랭킹 3위다. 올림픽 대표 자격을 충족했지만, 한국 귀화의지를 보이면서 케냐 내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며 "결국 케냐육상경기연맹이 심의한 뒤 대표에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에루페는 투르카나 부족 출신이다. 트루카나 부족은 케냐의 42개 부족 중 가장 못살고 천대 받는 부족"이라며 "그러다보니 주류에서 소외된 부분도 있다. 여러 방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는 "귀화 심사 과정에서 여자 농구의 첼시 리는 되고, 에루페는 안됐다. 첼시 리에 대한 의혹은 검증되지 않고, 에루페는 도핑 이력만 검증하다 결국 취소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귀화는 위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더이상 할말은 없다"며 "지금이라도 자격을 준다면 얼마든지 리우올림픽도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루페는 오는 21일 다시 케냐로 출국해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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