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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살이한 권일씨…대법, 국가책임 인정 '파기환송'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옥살이한 권일씨에게 대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권씨와 그의 가족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씨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혐의는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공소를 제기해 유죄 확정판결까지 내려졌다"며 "이후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가 규정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서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4년 5월 전국민주청소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관련 긴급조치 제1·4호와 내란음모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된 후 구속됐다.

권씨는 불과 석 달 만인 같은 해 8월 1심인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한 달 뒤 2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받았다.

권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스스로 취하해 결국 같은 해 10월 징역 10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권씨는 이듬해 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고 2013년 8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2014년 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권씨와 가족은 "수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불법 체포·구금하고 변호사와 가족들의 접견을 제한한 채 가혹행위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총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한 가혹행위 등 위법행위로 권씨가 유죄판결을 받고 283일간 복역했다"며 "국가는 권씨와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 권씨와 가족에게 총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권씨가 1심과 2심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관해 진술하거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진술한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권씨가 스스로 상고를 취하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수사과정에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사관이 부르는 대로 불리한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권씨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항소하면서 '수사기관의 진술은 협박과 강요,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 점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005년 12월께 '민청학련 사건 수사과정에서 광범위한 가혹행위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함께 고려해 2심 판단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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