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발명을 한 뒤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하지 않고 발명을 이용해 이익을 얻었더라도 발명이 특허법상 특허에 이르지 못했다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발명진흥법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계되는 발명을 한 경우 지체 없이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해당 발명에 대한 국가 승계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승계가 결정되면 발명자는 발명에 대해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을 양도해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사기와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소속 공무원 천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천씨는 2008년께 노로바이러스 진단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바이러스 검출 정보를 시약 제조업체인 B사에 알려줘 노로바이러스 실시간 진단키트를 제조하게 했다.
천씨는 그 대가로 B사로부터 진단키트를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자신이 키트 1개당 42만2400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독점적 판매권을 얻은 천씨는 같은 해 12월 시약 유통업체 S사를 설립하고 B사로부터 자신이 책정한 가격인 개당 42만2400원에 사들여 질병관리본부에 110만원에 판매했다.
검찰은 B사와 함께 노로바이러스 실시간 진단키트를 발명한 천씨가 관련법에 따라 신고했어야 하지만, 신고 없이 진단키트를 납품하고 대금을 챙겨 국가가 특허권 등 권리를 얻지 못해 재산상 손해를 입도록 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자신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실시간 진단키트를 질병관리본부에 납품할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2010년 7월 대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3년 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4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도 받았다.
앞서 1심은 "천씨가 진단키트를 발명하고도 이에 대해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그 발명을 이용한 제품 판매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며 "국가가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처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한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천씨에게 적용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2심은 "천씨와 시약 제조업체가 공동개발한 진단키트 중 천씨가 기여한 부분이 특허법 등에 따라 보호대상이 되는 발명의 요건을 갖췄음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임무 위배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공무원의 직무발명과 그에 관한 신고의무, 업무상 배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