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구조조정 여파까지 겹친 상황에서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으론 가라앉고 있는 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시기는 지연될 수 있어도 미국이 금리 인상쪽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만큼 한미간 금리차를 고려해볼때, 또 가계부채 급증 상황을 놓고 볼 때 더 이상은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12개월 만에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하는 등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향후 경제 지표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배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7월 이후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또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나 실효 수준에 근접한 기준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 총재는 한국이 소규모 개방국가임을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금리 수준이 선진국보다 높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연구원은 또 "지난 5월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6조7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액으로는 올 들어 최대치"라며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감도 추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화증권 임노중 투자분석팀장은 "진행 중인 조선· 해운사 구조조정,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올해 금통위 금리 인하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금통위가 연내 추가로 금리 인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NH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6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대출 규제에 따른 부동산 거래 위축, 재정 조기 집행에 따른 향후 재정지출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발생, 9월 김영란법 시행 등 경기 하강 리스크를 상쇄할만한 경제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경기부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단발성 금리 인하가 아닌 9월이나 10월 가운데 금리 인하 조치가 추가로 단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이벤트 리스크를 감안할 때 연준의 금리인상은 하반기에 많아야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 설명했다.
한은과 정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금통위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여소야대 상황으로 한은과 정부는 시간차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는 한은이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내년에는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가 아닌 4분기에 추가 금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달에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연내 2회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어 그는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통화정책 여력 확보'를 내세우고 있는 금통위원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확률상 3분기 내 인하가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내린다면 시차를 둔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