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자신의 아버지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남매의 범행 동기가 "어머니를 학대하고 요양병원에 버리려 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이날 오전 검거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해 온 A(47·여)씨 남매가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A씨 남매는 경찰에 "지난 1990년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아버지가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2011년 8월께 아버지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했다. 화가 나 우리가 살고 있던 오피스텔로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았다"고 밝혔다.
남매는 한 달 가량 치매와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같은 해 9월 어머니가 숨지자 장례도 따로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5년간 아버지와 왕래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미워 연락도 안 했다. 아버지는 결혼 뒤 어머니를 매번 폭행하고 학대했다. 아버지가 너무 증오스럽고 미웠다"고 진술했다.
앞선 경찰 조사 과정에도 이들은 아버지에 대해 상당한 분노와 증오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남동생의 경우 '어머니가 성적 학대를 당했다. 사람도 아니다. 사이코 패스다'라며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던 분노와 증오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0년~2011년 아버지에게 4차례 폭행을 당한 A씨는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두 차례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들 남매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요양병원 발언에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재산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져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 남매는 지난 8일 오전 8시5분(추정)께 광주 북구 우산동 한 아파트 4층 집에서 아버지 B(76)씨를 둔기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45분께 목 부위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남동생 C(43)씨는 한 달 전 아버지를 찾아 아파트 소유권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는 등 최근 재산 문제로 다퉈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 도구를 이틀 전 미리 구입하고 세 차례나 아버지 집을 찾아 범행을 저지르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