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 알려진 일본과 한국의 젊은 팝스타들은 꿈을 파는 것이 직업이다. 그들은 십대들의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철권(iron fist)를 가진 기획사들이 있다. 일본의 인기 밴드 스맙(SMAP) 해체논란과 한국의 대만출신 스타 쯔위 사과 사태는 기획사들이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BBC는 26일(현지시간) '아시아 팝산업의 어두운 이면(The dark side of Asia’s pop music industry)'란 제목의 기사에서 아시아 대중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과 한국의 기획사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BBC는 J팝과 K팝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스타들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돈을 그리 많이 벌지는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소속 연예인들은 기획사가 부여한 엄격한 규칙에 억매여 생활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기획사에 소속된 많은 스타들이 데이트도 못하고, 결혼할 때조차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예로, 2년전 인기 걸그룹 AKB48 소속의 미네기시 미나미가 그룹 제너레이션스의 멤버인 남자친구 시라하마 아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오는 사진이 보도된 후 삭발을 한채 팬들에게 눈물로 사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팝음악 전문지 빌보드의 아시아사무소 책임자 롭 슈워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 제조된(manufactured ) 보이밴드와 걸그룹은 그리 새로울 것없는 일이지만,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통제한다는 것은 서구에선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940년대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소속 배우들의 사생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했지만, 데이트나 결혼을 하지 말라고 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일본과 한국 기획사들보다는)덜 강압적이었다"는 것이다.
BBC는 한국 연예인들은 그나마 일본에 비해선 좀더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결혼도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의 매일매일 일상을 매우 간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사에 들어가면 공손하게 인사하는 법부터 거의 모든 것을 트레이너를 통해 배우고 연습하며, 성형수술 요구를 받기도 한다는 것.
또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눈물로 중국 팬들에게 사과했던 '쯔위 사태'를 언급하면서, 소속사인 JYP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쯔위의 사과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K팝 전문가인 마크 러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획사(JYP)가 깨닫지 못했던 점은 K팝이 인기있는 (중국 외)다른 시장에서 (쯔위 사과 동영상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것"이라며,쯔위가 사과를 함으로써 중국 팬들의 분노는 달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대만에서는 이번 사태를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총통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나온 쯔위의 사과동영상이 아시아 전역에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며칠 후 이번에는 일본에서 국민밴드로 불리는 스맙의 나이 든 멤버들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BBC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사과해야했던 죄목은 소속사인 자니스를 감히 떠나려고 했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자니스는 올해 나이 84세인 조니 키타가와가 이끄는 회사로 일본 연예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스맙의 멤버 4명은 25년 간 함께한 수석매니저 이이지마 미치의 퇴사 문제를 놓고 회사와 갈등하다 탈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그룹 해체를 막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일본의 전 사회가 들고 일어났고, 결국 SMAP 멤버 전원은 18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후지 TV ‘스마스마(SMAPXSMAP)’에 출연해 해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당초 멤버들의 복귀를 반대한 소속사 측도 멤버인 기무라 다쿠야의 중재 노력 덕에 태도를 누그러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일각에서는 스맙 멤버들의 사과와 일본의 권위적인 직장문화 간의 공통점을 비교분석하기도 했다면서, 스맙 사태와 쯔위사태가 팬들 사이에도 연예산업의 현실이 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