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계의 최대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된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가 1700만 달러(약 203억원)규모의 배급계약을 맺어 영화제 사상 최고 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익명을 전제로 한 영화계 인사의 말을 인용해 배급사인 폭스 서치라이트가 이 영화의 배급권을 사들이는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1985년 선댄스 영화제 출범 이후 가장 고액의 배급료를 기록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는 지난 21일부터 31일까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다.
배우 출신의 감독인 네이트 파커가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직전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인 농장주의 잔학한 행위에 대항해 싸웠던 한 노예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노예였지만 박식한 전도사였던 넷 터너(파커 분)가 백인들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봉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NYT는 “만일 쇼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면 파커 감독은 아주 제 때에 맞춰 영화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최근 제88회 아카데미상의 남녀주연상과 조연상 등 20명의 후보가 모두 백인으로 채워지자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한 영국 출신 배우이자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한 이안 맥켈런은 선댄스 영화제에 참석해 “2년 연속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후보자가 없었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일이다”며 “그건 미친 짓이다”고 아카데미를 비판했다.
배우들의 보이콧 등 논란이 계속되자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측은 지난 22일 아카데미 회원 중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늘리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파커 감독의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 역사상 첫 블록버스터인 1914년 작 ‘국가의 탄생(D. W. 그리피스 감독)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리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국가의 탄생‘ 역시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흑백간 인종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국가의 탄생’의 배급권 협상을 하고 있는 폭스 서치라이트는 지난 2014년에도 노예로 끌려간 한 흑인 음악가의 실제 삶을 다룬 ‘노예12년(12 Years a Slave)’이라는 영화를 배급했었다. 당시 ‘노예 12년’은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이중 최우수 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국가의 탄생’ 역시 오스카상을 노리고 있다. 오스카상 투표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남북전쟁과 노예를 다른 작품을 선호해 왔다. ‘노예12년’ 이외에도 노예선의 선상 반란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미스타드’는 1998년 아카데미상 후보 4개 부문에 지명됐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는 2013년 2013년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물론 공식적인 과거 기록은 없지만 ‘국가의 탄생’은 선댄스 영화제 사상 최고가로 배급료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지난 2006년 ‘리틀 미스 선샤인’이 1200만 달러의 배급료를 받았다.
‘국가의 탄생’은 제작비는 약 10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