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위기, 골든타임 4년 남았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장(전 통계청장)은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우규)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사무실에서 연 '인구위기·저성장, 극복의 희망있나' 제하의 토론회에서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 원장은 "우선 2019년까지 총부양 부담이 낮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인구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이 4년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 효과적인 인구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 및 사회보장 간 선순환적 관계가 형성돼야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 현재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구증가가 정체하고,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는 인구위기를 겪고 있다. 출산율은 1.21명, 노인 빈곤율은 49.6%에 이른다.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층 부양부담 등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더불어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와 일자리, 연금, 복지, 주택 등 정부 정책 각 분야에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한다.
이에 정부는 2004년부터 출산장려 정책으로 인구정책을 전환하고,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도 15년째 합계출산율이 1.3명을 하회하는 초저출산이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브릿지 플랜 2020'을 수립했다. 2020년까지 출산율을 1.5명으로 높이고, 노인 빈곤율을 39%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문화·관행 바꾸기, 만혼 대책 강화 등 방향 전환, 제도의 실천, 아빠의 가사분담 문화 확산, 민간·지역·정부협력 사각지대·격차 해소, 사회구조·경제 등 영역확장 등을 제시했다.
박 원장은 저출산 대응정책의 한계로 교육·고용·주거 등 근본원인 대응 소홀, 기혼 가구 중심 접근, 만혼화 심각, 일·가정 양립의 근로현장 정착 미흡, 사회적 돌봄 지원체계의 문제, 아동·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 미흡 등을 지적했다.
고령화 대응정책의 한계로 100세 시대의 종합적 노후대비체계 구축 미흡, 미래 노동력 부족 대비 필요, 고령사회 연착륙을 위한 사회경제 체질 개선 시급 등을 꼬집었다.
박 원장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와 추격형 성장전략 덕택으로 가능했던 한강의 기적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위기·저성장으로 누적된 경제·사회·삶의 질 저하 문제에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중장기 대응전략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그동안 인구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정부 내에서 심각하게 거론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보건복지부나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순환보직을 해서 전문성이 없다. 정책 역량 시스템의 문제가 앞으로도 이 같은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장은 "제3차 계획은 1, 2차 계획을 포장만 다시 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최근 무상보육 예산이 늘었다. 이는 저출산 정책이라기보다 선거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우리 경제는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2.0%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2014년 1.8%로 하락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2003년 이후 두 해(2009·2010년)를 제외하고 세계성장률을 밑돌았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저복지·저부담 복지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고도성장과 재정 건전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의 증가로 국가재정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인구보너스가 종료하고, 추격형 성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최근 한국경제는 추세적 성장 하락을 보인다"며 "3%대 중반~4% 정도인 잠재성장률이 2050년대에는 1%로 급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위기, 저성장의 해결책으로 그는 "재외국민 720만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현재 약 120만명 정도인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이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높은 생산성(기술진보)을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확대에 필요한 규제 완화, 인적자질 제고를 위한 교육개혁, 여성과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