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일 개청 이래 최초로 1급지 본부세관 신설이라는 경사를 맞은 관세청이 오히려 내부직원들의 반발 및 극심한 사기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로 개청 46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인 1급 본부세관장에 내정된 인물이 세관경력은 물론 업무전문성 등에서도 사실상 비전문가로 평가되는 김대섭 국장이 내정된데 따른 것이다.
김 국장은 지난 87년 공직임용 이후 10년간 경제기획원·재경원에서 근무하다 98년 관세청에 전입했으나, 본청 근무 당시 정책홍보관리관실관 운영지원과장·인사관리담당관 등 사실상 행정지원업무 부서만을 역임했다.
역대로 관세청 국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관세행정의 핵심업무를 총괄하는 통관기획과·조사총괄과·심사정책과 등 3대 보직 가운데 반드시 한 곳을 역임해야 하며, 승진 이후엔 본청 국장 근무가 필수 코스로 이를 섭렵한 이후에야 관세행정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공항세관과 항만세관을 통합해 1급지로 신설되는 초대 인천본부세관장엔 관세청 국장급 가운데서도 본청 경험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고참급 국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으나, 관세행정 비전문가가 내정됨에 따라 관세청 직원들은 황당함을 넘어 상실감마저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13일 유일호 부총리의 기재부장관 취임을 계기로 산하 외청장에 대한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후임 관세청장에 기재부發 낙하산 영입론이 다시금 불거짐에 따라 관세청은 현재 직급을 막론하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불붙은 여론의 중심에는 관세청장은 수출입통관·물류 혁신과 밀수·외환단속을 주도하는 한편 세관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조직의 리더인 만큼 무엇보다 관세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내부조직원들의 신망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론과 연계돼 세관가(街)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역대 관세청장 27명 가운데 순수 내부승진 단 한명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8개 외청 내부발탁승진 대열에서 제외
관세청이 개청한 1970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27명의 관세청장이 취임했으나, 이 가운데 단 5명만이 관세청 차장에서 청장으로 승진했다.
이들 5명 가운데 4명은 타부처 고위직에서 관세청 차장으로 승진 영입 후 청장으로 승진하는 등 관세청 사무관부터 출발해 최고위직인 관세청장에 오른 이는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인사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전문성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국세청과 조달청, 특허청, 기상청 등 8개 외청 모두 내부승진 청장이 배출됐으나, 관세청은 제외됐다.
故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재임 당시 장관 인사는 차지하고, 국세청장과 관세청장 인사는 반드시 본인이 결정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시 관세청 내부에선 이같은 일례를 들어 희망을 가졌으나 기재부 출신이 매번 청장으로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지 못했다.
관세행정은 상충된 업무, 조화로운 집행이 관건
관세행정 비전문가가 사령탑 올라 전시행정 치중에 직원들 냉소
국가세수기관인 관세청은 원활한 수출입통관 및 불법 무역·외환거래 단속 등 전통적인 업무분야를 넘어 이제는 FTA교역체제하에서 국가의 성장동력인 수출기업을 육성·지원하는 등 업무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관세행정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상충되는 업무의 화합’으로 압축된다.
일례로, 신속한 수출입통관에 집중할 경우 마약 등 국민건강과 사회안전 위해물품의 국내반입이 늘어나며, 반대로 감시 및 조사업무에 치중할 경우 신속한 통관행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FTA 교역체제가 본격화된 현재, FTA활용능력 제고에 나서는 한편 원산지위반물품 적발 및 원산지업무 지원이라는 동일분야 상충된 이해관계를 관세행정 사령탑은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
반면, 전통적으로 기재부 세제실 출신의 외부영입 관세청장의 경우 수출입통관·물류정책 및 불법·부정무역의 수사·단속 등 관세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지식이 부족해 효율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관세행정의 경험과 확고한 비전이 없어 현안을 파악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되고 업무장악 집행에도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외형적이고 내실이 없는 전시행정에 집중해 일선 세관직원들의 냉소주의와 관성적인 반발을 초래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임 Y청장 재직 당시 언론마케팅을 위해 아이돌그룹과 미시즈월드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으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 빈축을 샀으며, 세관을 주제로 영화제작발표회까지 관세청이 지원했으나 유아무야 된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내재한 관세청이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 기관평가에서 줄곧 수위를 기록하는데 대해 의문이 이는 것도 당연하다.
전직 관세청 고위직 한 인사는 “그간 관세청의 혁신방안 대부분이 실상은 차장을 비롯한 내부인재들에 의해 수립됐다”며, “직원들로부터 신뢰가 두터운 차장을 구심점으로 주요 국장들에 의한 치밀한 업무추진이 역대정부에서 거둔 주요 성과의 숨겨진 이면”이라고 귀띔했다.
외부영입 청장의 문제점은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원들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관세청 간부들의 의욕상실 및 우수인재의 외부유출 확대 등 유능한 관리자 육성 및 관세행정의 연속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동우회 관계자는 “외부인사의 청장임용이 관례화·고착화됨에 따라 관세청 조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유능한 인재의 외부이탈을 가속화해 정부의 기능과 서비스의 균형발전 또한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을 국정 인사권자는 유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가치 공유하는 내부전문가 관세청장 임용 필요
전문성 강조해 온 박 대통령, 이젠 인사로 구현해야
관세청의 혁신방향 대부분이 내부인재에 의해 수립되고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관되고 내실있는 개혁추진을 위해서라도 건전한 내부경쟁을 통해 관세청장이 임명되는 인사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사불란한 개혁추진 등 신속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관세청 특유의 조직문화를 공유하고 구성원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나설 수 있는 내부인사가 적합하다.
한국관세사회 한 관계자는 “관세청장은 수출입통관과 물류혁신을 물론, 밀수와 외환단속을 주도하는 한편, 글로벌 세관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며, “관세전문성은 수출입현장과 해외세관 등에서의 오랜 경험에 의해 길러지는 만큼, 관세행정의 전문성을 국정운영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내부전문가의 청장 발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통관행정과 국경감시업무에 이어 FTA전문기관인 관세청을 이끌어 나갈 리더에 비전문가가 영입되는 비정상을 이제는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관세청 안과 밖에서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