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해 전야 총을 들고 교회에 난입한 괴한이 목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해 총을 내려 놓고 울음을 터뜨린 드라마 속 한 장면같은 일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NBC, CBS 등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오후 11시40분께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의 '힐 더 랜드 아웃리치 미니스트리스(Heal the Land Outreach Ministries)' 교회에 총을 든 남성이 들이닥쳤다.
교회 앞문을 열고 들어온 남성의 손에는 반자동 소총이 들려 있었다. 자정을 앞두고 새 해 맞이 예배를 드리고 있던 60여 명의 신자들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겁에 질렸다.
한창 설교 중이던 래리 라이트(57) 목사는 남성을 향해 침착하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내가 도와줄까요?"라고 물었다.
라이트 목사는 "그러자 남성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며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모든 게 괜찮을 거라는 점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라이트 목사는 울음을 터뜨린 남성을 다독이며 연단 앞으로 데려 왔다. 이어 남성이 든 총을 건네 받아 부목사에게 준 다음 그가 다른 무기를 지니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폈다.
라이트 목사는 "신에게 그를 도와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남성은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성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라이트 목사와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려 온 전역 군인으로 아내가 병에 걸린 뒤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퇴원한 남성은 이날 라이트 목사를 찾아와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세례를 받고 교회 신자가 되고 싶다고 청했다.
라이트 목사는 "그가 나를 끌어안더니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며 "그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을 수도 있었다며 울먹였다"고 전했다.
전역 군인이자 시의원인 라이트 목사는 총을 들고 교회에 난입한 남성을 보자마자 머릿 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교회에 보관해 놓은 총이 있는지, 남성을 넘어뜨려 진압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그는 용기를 내 남성에게 가장 단순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라이트 목사는 "남성의 눈에서 절망과 상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